너를 만나 다행이야
[그림책 에세이] 내가 엄마를 골랐어! - 저자/ 노부미
오늘 아침 학교에 가기 전 첫째 아이는 불쑥 나에게 하트를 내밀었다.
새로 사준 색종이로 어젯밤 하트를 열심히 접는 거 같았는데 펼쳐보니 거기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엄마, 사랑해요." 여섯 글자가 적혀있었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된다고 아이를 재촉하기만 했는데 언제 이걸 챙겼나 싶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웃으면서 "엄마도 사랑해." 말하고 있는 힘껏 꼭 안아주자 아이는 흡족한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미 작가의 <내가 엄마를 골랐어!>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 엄마를 고른다는 기발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기들은 태어나기 전에 누구에게 태어날지 엄마를 고른다.
그런데 한 아기가 고른 엄마는 뭘 해도 서툴고 엉망이다.
그 아기는 뭐든 척척 잘하는 완벽한 엄마를 바란 것이 아닌 자신을 기뻐해 주는 엄마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 말을 잘 듣고 따르지만 자라면서 점점 엄마 말을 듣지 않는 장난꾸러기가 된다.
엄마에게 자주 혼이 난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혼내기만 하고 기뻐하지 않으니까 태어나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는 이런 생각을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했고, 다행스럽게도 엄마의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한다.
가끔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어떻게 내가 이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그럼 아이들을 무조건 사랑해주기만 해야 하는데 화를 내고, 때론 아이들에게 소리도 지른다.
아이들은 딴청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도 엄마의 표정이 어떤지 살피고, 혹시나 엄마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의 아이는 하도 엄마에게 혼나다 보니 태어나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한다.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것이다.
첫째 아이를 품에 안았던 날, 이 아이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지켜줄 거라 다짐했다.
그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아이가 이런 나의 마음을 알까 모르겠다.
<내가 엄마를 골랐어!>의 아이는 말한다. "엄마를 기쁘게 해 주려고 태어났어요!"
엄마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는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엄마가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으니까.
아이들은 엄마인 나에게 무한한 사랑을 준다. 내가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다.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 것도,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은 것도 아이들이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두 아이 역시 그림을 그리거나 심부름을 하거나 정리를 하고 나면 꼭 "엄마! 엄마!"하고 부른다.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엄마를 기쁘게 해 주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예쁘다.
나는 나의 의지로 아이들을 낳았지만 아이들이 다시 엄마를 고를 수 있게 된다면 과연 나를 선택해 줄까?
아이들이 어떤 대답을 할지 확신할 수 없는 부족한 엄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은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줄 거라 믿는다.
엄마를 골라줘서 고마워, 너희가 있어 엄마는 웃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