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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Oct 15. 2023

너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

[그림책 에세이]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 저자/낸시 틸먼

아이와의 첫 만남의 순간은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를 닮았을까 등등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궁금했던 모든 질문들이 무색해지던 순간이었다.

어떻게 생겼든, 누구를 닮았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를 무사히 만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었다.




어릴 때 읽은 그림책을 손에서 놓은 지 20여 년 만에 아이 덕분에 그림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낸시 틸먼 작가의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는 내가 첫째 아이에게 처음 읽어준 그림책이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의미가 있다.

'네가 태어난 그날 밤, 달은 깜짝 놀라며 웃었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며 모두가 아기를 축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람과 비가 아기의 이름을 속삭이고 아기의 이름은 들을 지나 바다를 건너 마침내 세상 모두가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기의 탄생을 기뻐하며 북극곰들은 새벽이 올 때까지 즐겁게 춤을 추고, 달은 아침이 밝을 때까지 떠나지 않고 창가에 머문다. 아기의 탄생으로 그날 밤은 더없이 멋지고 근사한 밤이 된다.




한품에 쏙 들어오고도 남는 작은 아이를 안고 있을 때면 무엇도 아깝지 않았다.(내가 힘든 것과는 별개로!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으니)

그래서였을까, 예전 같으면 오글거린다며 절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문장을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아이가 알아듣지 못해도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이가 알기를 바랐다.

때로는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올지 몰라도 그런 순간은 계속되지 않을 거라고,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이와 눈 맞춤만 해도 심쿵하고, 아이의 미소 한 번, 옹알이 한 번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던 시절.

이 그림책을 열심히 읽어주던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갖고 싶은 휴대폰도 안 사주고, 그림일기 써놓고 놀아야 한다고 잔소리하고, 동생과 싸웠을 때 왠지 모르게 좀 더 동생 편만 드는 것 같은 엄마는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엄마는 좀 별로라고 생각해도 괜찮지만 아이가 자기 자신은 별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만난 것이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아이는 많은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럽고, 있는 그대로도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라는 것을 아이가 알았으면 한다.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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