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그림책 에세이]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글/ 유혜율, 그림/ 이수연
첫째 아이를 낳고, 난 새롭게 태어났다. 엄마로서의 새 삶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 한 살, 엄마 나이 한 살.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어느덧 엄마 나이 일곱 살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제일 좋다고 이야기해 주지만 순간순간 낯선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도 빠르다던데 몇 년 내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든다.
유혜율 작가의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는 성장하는 아이와, 그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에게는 아이가, 아이에게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다.
엄마의 사랑 덕분에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키워간다.
좀 더 자란 아이는 엄마만 보지 않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은데 자기가 잘하지 못하면 엄마가 부끄러워질까 봐 걱정한다.
엄마는 여전히 말한다. 너는 엄마의 희망이자, 높고 빛나는 꿈이라고.
그런 엄마의 말에 아이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나는 엄마가 원하는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계절이 변하듯 아이와 엄마도 변화를 맞이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질문하며 점차 자신에 대해 깨닫고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간다.
학령기에 접어들기 전까지 아이에게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엄마의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 마음속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또, 엄마의 관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부모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아이는 자신에게 실망한다.
부모가 바라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이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이는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을 듣는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 어쩌면 아이는 더 큰 좌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이가 바라는 것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자리에서 자신을 믿고 지켜봐 주는 부모일 것이다.
모든 엄마들은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 그러나 그 행복을 엄마가 만들어줄 수는 없다.
행복을 느끼는 주체는 아이이기에 자신이 찾아야만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는 엄마와 거리를 두고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겠지만 엄마가 아이 곁을 지키고 있다면 언젠가 아이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없을 테니까.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립이라고 한다. 나는 아이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일 뿐이라는 걸 깜빡 잊어버릴 때가 있다.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게 되었을 때 쓸쓸해하기보다는 기쁘게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기를.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서로를 지지해주며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