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도 돼, 괜찮아
[그림책에세이] 틀려도 괜찮아-글/마키타 신지, 그림/하세가와 토모코
"틀리면 안 되잖아요."
얼마 전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하며 첫째 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의 말에 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라고, 틀려도 괜찮다고 한참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아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틀리는 게 싫은 마음을 바꾸진 않았겠지만.
마키타 신지 작가의 <틀려도 괜찮아>는 꼭 정답만 말할 필요는 없다고 아이들을 응원해 주는 그림책이다.
교실에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책상만 쳐다본다.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틀리는 게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는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손을 들고 대답했지만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렇게 말할 걸 하고 후회도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맞는 답을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꾸 이야기하다 보면 떨리는 것도 줄어들고,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꾸 틀리다 보면 정답을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혼이 날까 봐 틀리는 게 두려울 수도 있고, 다른 아이들이 틀렸다고 놀리며 웃을까 봐 선뜻 손을 들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쉬운 아이도 있지만 말을 정리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동안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 이미 선생님께서는 다른 질문을 하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 있게 손을 드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만 모르는 건가 하며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고.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틀려도 괜찮아>는 교실은 틀려도 괜찮은 곳, 틀리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곳이라고 말해준다.
틀리는 것은 분명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자꾸 틀리면서 아이들 마음의 근육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정답에 도달했을 때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틀린 답이라도 자꾸 말해보는 용기를 내야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아이를 다독여주는 엄마, 아빠의 응원과 격려가 중요하다.
어릴 적 문제집을 풀고 나서 맞은 문제에 동그라미는 크게, 틀린 문제에는 아주 작게 표시했던 기억이 있다. 나만 보는 문제집이었는데도 그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답을 맞히지 못하고 틀렸다는 사실이 싫고, 부끄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용기가 없었지만 내 아이들은 나와는 달랐으면 좋겠다.
틀리는 것이 두려워 아이가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틀리는 게 싫고, 두려운 건 엄마도 마찬가지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아이들에게 틈날 때마다 말해줘야겠다. 틀려도 돼, 괜찮아. 엄마도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