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체로 충분해
[그림책 에세이] 평범한 식빵 - 저자/ 종종
종종 작가의 <평범한 식빵>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자신이 평범한 것이 불만인 식빵이는 크루아상의 울퉁불퉁한 근육과 도넛의 화려한 장식, 속이 꽉 찬 크림빵과 단팥빵을 보며 부러워한다.
자신은 볼품없고, 밋밋하고, 겉도 속도 별거 없다고 푸념하면서.
그러다 샌드위치를 만나게 되었고, 식빵이들은 모두 평범하게 태어나지만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각양각색의 빵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식빵이는 언젠가 멋진 빵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더 이상 슬프지 않다.
'평범하다'는 말은 '비범하다'의 반대말로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어떤 것이든 뛰어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감탄하고, 때로는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의 요리실력은 노력을 해도 보통, 그래서인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아이들에게 척척 맛있는 영양식을 해주는 엄마들의 사진을 sns로 접할 때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무척이나 부럽다.
브런치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유려하게 쓰인 문장이나, 생각지도 못한 표현을 접할 때면 속으로 '우와.'하고 감탄한다.
내가 써놓은 글을 다시 읽으면서 내 글은 너무 평범한데 하고 생각하게 된다.
'발행'을 해도 되는지 망설이게 된다.
덩달아 글쓰기의 의욕이 줄어들고, 어디론가 숨고만 싶어 진다.
어른인 나도 이런 기분이 드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잘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엄마, 아빠 또는 선생님에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이는 가끔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구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리고, 누구는 줄넘기를 엄청 잘한단다.
또 누구는 수학문제를 1초 만에 푼다고 한다.
선생님께 칭찬받은 친구를 부러워하는 아이를 보니 귀여우면서도 조금 짠했다.
그런데 아이는 시무룩해하는 대신 "난 엄청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잘해요. 근데 나도 더 잘하고 싶어요." 했다.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그래,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거니까.
식빵이가 사랑스러운 딸기잼 빵이나, 영양만점 토스트, 맛 좋은 연어 샌드위치가 될 수 있듯이 아이들도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평범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평범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건 아이들을 위한 말이면서 또 나를 위한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식빵이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