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엉이다 Jul 21. 2023

네 마음에 들 때까지 그려 봐

[그림책 에세이] 다시 그려도 괜찮아 - 저자/ 김주경

첫째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한다.

처음에는 동그라미 하나도 잘 못 그렸었는데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척척 그려낼 만큼 그림 실력이 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없이 많은 눈물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아이는 기억할까.

아이는 다 잊었을지 몰라도 엄마인 나는 전부 기억하고 있다.

자기 생각대로 그려지지 않거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엄마~"하고 부르며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다시 그리면 돼. 괜찮아."

"다시 그리기 싫단 말이에요. 안 할래요!"

빽 소리를 치고는 스케치북을 저만치 던져두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스케치북을 다시 펼쳐 들고 그림을 그리겠다며 한참을 씨름했다.

다 그리고선 어찌나 뿌듯해하던지, 내 눈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아이에게는 뭔가 달라도 달랐나 보다.

이제 아이는 그림이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개로 싹 지우는 일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다시 그리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김주경 작가의 <다시 그려도 괜찮아>는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고른 그림책이다.

한 아이가 바닥에 그려진 선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선 위를 따라 걷다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예쁜 꽃을 보며 한눈을 팔거나 친구들을 따라가려 서두르다가 선에서 미끄러지기도 한다.

그동안 다른 친구들은 모두 앞서가고, 아이 혼자 남겨질 때도 있지만 곧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이제 아이는 혼자라도 무섭지 않다.

아이는 자신만의 색으로 새로운 선을 다시 그려나간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걱정이 앞선다.

나는 아이에게 들키지 않게 걱정은 꽁꽁 감춰둔 채 아이를 지켜봐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만 하면 된다.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그려놓은 선이 아이에게는 걷기 싫은 선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선 안으로 들어갈 생각조차 안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아이를 강제로 그 선 앞에 세울 수는 없겠지. 그래서도 안될 테고 말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른다고 해도 결국 그것 역시 아이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을 그렸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을 테니까.

아니다 싶을 때는 지우고, 다시 그릴 수도 있다.

꼭 끝까지 가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니 가다 멈춰도 괜찮다.

멈출 수 있는 용기, 다시 그리려는 의욕만 있으면 충분하다.




나는 내가 밟고 있는 선에서 벗어날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 선을 따라 걷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열심히 걸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허비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나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그려놓은 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선을 그려나갔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아이 자신이 좋다면 그것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언제든 몇 번이고 다시 그려도 괜찮으니까.

아이는 아이대로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 옆에서 나만의 선을 그려나가야겠다.

이전 09화 틀려도 돼, 괜찮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