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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Jul 19. 2023

너를 응원해

[그림책 에세이] 나는 자라요 - 글/ 김희경, 그림/ 염혜원

4살 터울이 나서인지 누나 옆에 있는 둘째 아이는 마냥 아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젠 자전거도 잘 타고, 킥보드는 수준급으로 탄다.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말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때도 있다.

여전히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아이들을 보면 언제 이렇게 자랐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꼭 붙어 지내는 하루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김희경 작가의 글에 염혜원 작가의 그림이 더해진 '나는 자라요'는 아이들이 매일 겪는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성장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엄마 품에 폭 안길 만큼 작았던 아이는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 자란다.

스스로 옷을 입어보려 애쓰면서, 밥을 먹으면서, 색종이를 오려 붙이고, 친구와 헤어지며 인사를 할 때도.

아이의 하루가 매번 재미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엄마에게 혼이 날 때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을 때도 있다.

이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모여 아이는 어느덧 엄마를 자기 품에 꼭 안아줄 수 있을 만큼 자란다.




어른에게는 어려울 것 없는 평범한 일이 아이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된다.

항상 엄마가 끼워주던 옷의 단추를 직접 끼워보고, 양말과 신발을 신는 일이 그렇다.

한 번에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날이 온다.

그럼 아이는 마치 자신이 큰일을 해낸 양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과 큰 목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그럴 때 엄마의 반응과 칭찬은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과하다 싶을 정도가 알맞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도 아이에게는 매 순간이 새롭게 느껴지나 보다.

매일 지나다니는 산책길의 작은 돌멩이를 볼 때도 아이의 눈은 반짝이고,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조차 아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예쁘다고 만져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꽃 이름을 알고 싶다며 안달을 내기도 한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나와 달리 아이는 어느새 하늘을 보면서 저기 비행기가 발자국을 남기며 지나가고 있다고 엄마도 빨리 보라고 재촉한다.

덕분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파란 하늘을 본다.




매일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그래서 느끼지 못했던 아이들의 성장은 오랜만에 만난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때 깨닫게 된다.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아이들은 많이 자라 있다.

첫째 아이는 맞잡은 손이 단단하게 느껴질 만큼 자랐고, 둘째 아이는 얼마 전 기저귀를 떼서 활동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가끔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크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빨리 커서 아쉬운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은 왜일까.

그래도 오늘은 아쉬운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향했던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같이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앨범을 봐야겠다.

아기일 때도 귀여웠고, 지금도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줘야지.

그리고 천천히 자라도 괜찮다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엄마를 안아주고,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엄마를 토닥여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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