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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Aug 13. 2023

너의 보석 같은 면을 알아봐 줄게

[그림책 에세이] 내가 잘하는 건 뭘까 - 저자/ 구스노키 시게노리

엄마가 된 이후 요즘처럼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적이 없다.

엄마니까 엄마 역할에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냥 나도 나로서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래서 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고, 녹음을 하고, 글을 쓴다.  

그런데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 엄마로서도 애매하고, 그냥 나 자신으로도 어중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자꾸만 되묻게 된다.




구스노키 시게노리 작가의 <내가 잘하는 건 뭘까>는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뭉클해진다.

표지 속 아이, 1학년 3반 소타는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라는 제목을 적어놓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누구나 잘하는 것 한 가지는 있다고 말하면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적으라고 말한다.

소타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소타의 엄마는 언제나 일찍 일어나고, 친구 가케루는 달리기를 잘한다. 또, 유키는 노래를 잘 부르고, 슈토는 식물 박사다. 미키는 수학 문제의 답을 잘 맞히고, 다케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엄마도 친구들도 모두 잘하는 게 하나씩 있는데 소타 자신만 뭘 잘하는지 찾지 못한다.

선생님께 자기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소타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며 소타가 무엇을 잘하는지 소타에게 알려주었고, 소타는 드디어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찾게 된다.




나도 누군가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속 소타처럼 한참을 고민했을 것이다.

과연 선생님은 소타에게 어떤 말을 해준 것일까.

선생님은 소타가 잘하는 것은 친구들이 잘하는 걸 아주 잘 찾아내는 것이라고 귀띔해 준다. 분명 이것은 소타의 장점이다. 그 사람의 장점을 찾아내 준다는 것은 애정 있는 눈으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니까. 소타는 참으로 다정한 아이인 것이다. 오랜 시간 친구들의 모습을 관찰해 그 친구가 잘하는 것을 샘내거나 질투하기보다는 '오, 대단한걸.'하고 감탄했으니 말이다. 비록 소타도 모르게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작아지긴 했지만 친구들이 잘하는 것을 말하며 소타는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선생님의 한 마디에 소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가 된다.

잔뜩 주눅 들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 피어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가면 엄마를 붙잡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얘기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한마디는 결정적인 한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그 한마디에 아이의 마음이 움직이고, 꿈이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부엉이(나의 학창 시절 별명) 목소리는 참 듣기 좋아." 언젠가 같은 반 친구로부터 들은 이 말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듯이.




만화책을 보고 있던 첫째 아이에게 "가장 잘하는 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았더니 조금 생각하다가 "밥을 잘 먹어요."라고 대답했다.

의외의 대답이라 왜 그런 대답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요즘 내가 아이에게 자주 해준 칭찬이 그것이었다.

요즘 한창 클 때라 그런지 먹는 양이 많이 늘었는데 그래서 아이가 밥을 먹을 때마다 "밥 잘 먹네, 우리 딸."하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그게 떠올랐나 보다.

친구들도 잘 도와주고, 그림도 잘 그리는데 그 모든 것들을 다 제치고 밥 먹는 거라고 대답한 아이가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소타처럼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다.

아이들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보석 같은 면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혹시 시간이 더 지나서 아이가 "난 잘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날이 온다면 잠깐의 멈칫함도 없이 순식간에 열 가지 정도는 말해줄 수 있도록 차곡차곡 마음속에 저장해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도 지금 잘하고 있다고 믿고, 계속해나가야겠다. 어쨌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꾸준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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