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지난주에 완결된 우리들의 블루스 마지막 회를 보고 거의 펑펑 울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이병헌입니다.

병헌컨데 그는 살면서 내 눈물을 가장 많이 빼놓은 사람. 압도적으로.


마지막 회에서 인상 깊던 장면들.

"뭐 한다고 고향에도 안 와 보고 살아, 참"


저는 작년에 어머니를 고향에 데려다 드린 적이 있습니다.

고향에 가면서 어머니의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쭉 들었는데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아마 이때가 아니었다면 그런 대화는 평생 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이 장면을 보고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 장면.

어머니와 평생 담쌓고 살다가 어머니가 죽기 전에야 함께 하는 여행에서 병헌이 형이 한 질문.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저도 이 질문을 어머니에게 몇 번 했습니다.

"지금"이라고 답하셨던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친구와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부모님은 건강하셔?"

"연락 안 한 지 좀 됐어..."

"왜."

"의견 차이가 좀 있어서... 그냥 그렇게 됐어."

더 묻지 않았습니다.


부모와 연을 끊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놀라진 않았습니다.

저 또한 어머니와 대화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너무 많은걸요.

볼 때마다 다툽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말아 보자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간 날도 있었습니다. 성공한 적은 없었지만.


이게 세대차이라는 것인가?

도대체 나이 먹어서까지 부모님과 살갑게 지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는 거지? 정말 존경스럽다.


드라마를 보며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달에 두어 번씩이라도 꼭 어머니와 만나서 밥도 먹고 다투기도 하고 오니 좋은 것 아닌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런 순간조차 그리워질 텐데.

좀 더 살갑게 잘해보자.

어머니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내가 바뀌어보자.

혹시 그게 잘 안돼도 지금처럼 다투면서라도 계속 만나며 살자.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

"지금."


저도 지금이란 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내가 그려준 번외 만화 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