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았던 건물이 드디어 팔렸습니다.
4월에 건물 매도 계약을 하고 오늘 잔금을 받았습니다.
잔금을 치르면서 오랜만에 등기권리증을 꺼냈습니다.
아니 그런데 날짜가...?
오늘 날짜는 2023년 6월 16일...
공교롭게도 만으로 딱 10년이 되는 날이군.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
2013년 6월 17일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카카오에서 하와이로 워크숍을 갔다가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이었을 겁니다.
해외여행이란 것도 처음 가보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얼간이었었는데..
어느새 가정을 이루고 아빠가 되고 중년이 되어버렸습니다.
건물을 사면서 1년 정도만 해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10년이나 하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하루종일 기분이 묘합니다.
잔금을 치르는 기분은 시원섭섭했습니다.
저는 부동산이 싼 시기에 잘 샀지만 팔 때도 싼 가격에 팔았습니다.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보단 얼른 처분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과연 좋은 투자였을까 돌아봅니다.
카카오 주식을 가지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돈은 훨씬 더 많이 벌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조금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괜찮습니다.
건물 덕분에 10년 동안 별 경험을 다했습니다.
즐거웠던 기억, 화나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회사만 다니고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었습니다.
컴퓨터 밖에 모르던 제가 세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남은 삶에 자양분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건물을 사신 분에게 인수인계를 잘해줘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하하. 부동산 팔면서 이렇게 인수인계를 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저도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써서 보내드렸습니다.
매수인 분은 보시고 물론 좋아하셨습니다. 이 건물에서 돈 많이 버실 수 있길 바랍니다.
이제 뭐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또 무슨 건물 살 거냐고.
별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꼭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 하나는 있어야지.
진짜 그런가...?
저는 이런 소리가 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없으면 뭐 어때서.
죽기 전에 서울에서 집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라거나 인생의 목표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불패. 조물주 위의 갓물주.
이런 단어들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건 거기에 발목이 묵이기도 한다는 건데.
갖는 만큼 집주인으로서 해야할 의무와 사회에 갚아야할 의무가 생긴다고.
전세나 월세 살면 뭐 어때서.
이제야 비로소 시간과 공간에 모두 자유로운 몸이 되었습니다.
이 자유를 좀 더 즐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