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이 : 서점 여행자 (3)

용눈이 오름 일출 보기

by 일주일의 순이

책방 연희에서 하는 '한도시 한 주제' 모임에 참석했다. 도시별로 가지고 있는 추억을 글로 쓰는 것인데 이번에는 제주였다. 제주는 여러 번 간 곳이지만 갈 때마다 새롭다.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드는 곳이다. 어떤 제주를 담아볼까 고민하다 제주도 버킷리스트로 즐거웠던 여행이 떠올랐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가 거세다. 창호지문이 뜯겨나갈 것 같은 소리다. 옆방에 자는 가족손님들은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어제저녁 사장님은 오늘 새벽 여섯 시쯤 문자를 주신다고 했다.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 오늘도 일출을 못 볼 모양이다.


오후에는 제주를 떠나야 한다. 용눈이 오름 일출투어 때문에 이 숙소를 정한 것인데 나의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은 다다닥 가슴에 와 꽂힌다.

뒤척이던 후배에게 '오늘 못 볼 것 같다.' 하니 '어쩔 수 없죠.' 라며 다시 이불을 덮는다. 쿨한 그녀답다. 선배는 옷까지 다 입고 잤는데 아쉽다며 밖으로 나가본다. 역시 언니는 다르다


우리 셋은 직장에서 만난 직장선후배사이다. 같은 곳에 근무할 때보다 서로 이동해서 더 끈끈해진 사이다. 내가 제일 먼저 다른 곳으로 갔는데 떠나기 전 치맥으로 의기투합하다 매년 치맥으로 번개 하듯 정모를 한다. 이번 제주 여행도 제주의 치맥을 외치며 오게 되었다.

각자 가정이 있지만 아이들을 두고 떠난 여행이라 더 홀가분했다. 제주에서 원하는 것을 한 가지씩 하자고 했는데 나는 용눈이 오름의 일출을 선택했다.


선배의 서귀포올레시장에서 마늘 통닭과 제주에일 마시기, 후배의 서귀포 테라로사 카페방문도 했으니 일출만 보면 완벽한 여행이었다. 가족과 올 때는 하지 못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냥 가자니 아쉽기만 했다. 선배가 씩 웃으며 들어왔다. 사장님께서 가자고 하셨단다. 행동하는 선배가 최고다. 후배를 깨우고 나섰다. 출발을 알리는 사장님 목소리에 옆방 가족손님들도 깨어나서 일출원정대에 동참했다.


차는 껌껌한 도로를 따라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도로옆은 당근밭인데 버려진 잎사귀와 당근이 조금씩 보였다. 주차장에 도착해 입구를 지나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갔다. 깜깜한 길을 작은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올라갔다. 해가 뜨는 곳을 바라보니 작은 빛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사이로 주황빛 노란빛들이 섞여서 거대한 불덩어리를 뱉어냈다. 드디어 기다린 그 순간이 왔다.

점프샷을 하고 싶었으나 아줌마에겐 무리라 여러 팔모양을 만들고 사진을 찍었다. 깔깔 웃고 뛰어다니는 우리는 어린아이로 돌아갔다. 다른 일행들의 어이없어하는 눈길에

민망 그 자체였지만 알게 뭐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일출을 처음 본 소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