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순이 : 산에 끌려갔습니다 (4)

부부의 세계 국립공원 편

by 일주일의 순이



산에 가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혼자 등산하는 사람, 2,3명 정도 동성 친구와 함께 산에 온 사람들, 이성이 포함된 4,5명 정도의 작은 그룹을 지어 다니는 사람들, 가족끼리 온 사람들, 산악회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여럿이서 온 사람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주로 40-50대 중장년 층이 많이 보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20-30대 젊은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젊은 여성 등산객도 많아지고 가족 등산객도 많아졌다.

이렇게 다양한 모임과 연령대의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튀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불. 륜. 커. 플.

본인들은 티가나지 않을 것이란 굳은 믿음으로 산까지 왔겠지만 글쎄요…. 너무 이질적이라 못 알아보는 게 이상할 정도인걸요.

그간 관찰한 불륜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특징을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내가 의심했으나 정말 부부이거나 건전한 커플이었다면 죄송 죄송 또 죄송. 사실 심증만 있을 뿐 내가 캐볼 수도 없고 알아볼 수도 없으니 오해는 오해로 남겨둘 수밖에.

우선, 가장 중요한 옷차림!
아주머니의 등산바지가 등산바지가 어찌나 타이트한지. 아. 물론 요즘에는 레깅스를 입고도 산에 많이 오르기 때문에 등산 바지통만으로 의심할 수는 없다. 추가로 상의까지 봐야 한다. 상의를 상의를 얼마나 타이트하게 입으시는지 숨 크게 들이마시면 터질 것 같다. 그리고 등산용 티셔츠의 지퍼는 어디까지 내리는 건지.

게다가 향수를 듬뿍 들이 부어 자연의 향기를 본인의 향으로 덮어버리려고 노력한다든지. 아이라인 마스카라 진한립스틱을 워터프르푸로 냅다 해버린다든지 이런 부자연스러운 꾸밈이 있다면 의심할 수밖에. 사랑하면 불편함을 감수한다던데 ……. 이야. 예쁘게 보이기 위해 땀구멍 따위 화장으로 막아버리는 위대한 사랑이여.

그리고 불륜들은 손을 꼭~! 잡고 등산을 한다. 그건 마치 인생의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강렬한 메타포의 표현인 것일까. 손잡고 등산하다가 한 명이 자빠지면 당연히 같이 골로 가는 것인데 그걸 모를리는 없고, 한 명 인생이 자빠지면 같이 자빠져버리자는 함의로 받아들이면 그 지고지순함에 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지지 뭔가.

자고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저래야 하는 것을 우리 가족은 서로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걷는다. 특히나 남편과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으며 가끔 아이 사진을 찍어줄 때 간신히 같은 프레임에 넣어주는 아량만을 베푼다. 어디에 가든 누구를 만나든 스승이 있다고 하던데 이렇게 또 배운다.




참 재미있는 것은 그들은 후미지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고 우리처럼 가족끼리 온 등산객을 참으로 어렵고 불편해한다. 우리 가족이 등장하면 냅다 선글라스를 쓰는 센스를 지녔다. 그리고 자꾸자꾸 곁눈질을 한다. 왜죠?

그리고 정상까지는 절대 올라오지 않는다. 한 1/3 지점 어딘가 앉아서 놀고 쉬기 좋은 곳에서 주구장창 있는다. 어쩔 땐 우리가 정상을 찍고 내려올 때까지 그러고 있다. 그럼 뭘 하느냐? 술을 마신다. 불륜커플이라고 해서 두 명만 오는 것이 아니라 불륜커플 산악회가 있는가 보다. 예쁘게 차려입고 떼를 지어 술 마시며 놀고 홍홍거리는 모습을 보니 세링게티에서짝짓기를 위해 노력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직접 보는 것 같아 신난다. 역시 산에 오니 좋네. 별꼴을 다 보는구나.


그들이 자주 출몰하는 등산코스는 주로 산아래 목욕탕을 운영하는 곳이다. 등산을 다녀온 후 싹 씻고 집으로 간다면 완벽한 알리바이가 되기 때문이겠지. 그런 이유라면 우리 가족이 자주 다니는 계룡산은 인기만점이겠다.

또한 혹한기 혹서기에는 절대 출몰하지 않고 꽃피는 봄이나 단풍이 예쁜 가을에 주로 등장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은 미모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일까? 아무튼 등장시기가 줄어들수록 좋다.

음악을 크게 틀고 등산하는 사람,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사람, 좁은 산길에서 밀치고 가는 사람 등 산에서도 여러 가지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내가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 가장 기분이 나쁜 사람들은 역시나 불륜들이다.
지들끼리 좋으면 그냥 모텔에나 박혀있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배우자에게 “산”에 간다고 말하고 왔을 것 아닌가. 그들을 보고 나면 기분이 어찌나 더러워지는지.

산에서 근사하고 멋진 것을 많이 배운다. 겸손과 지혜 용기와 의연함 체력과 인내. 그리고 더러운 것으로부터도 배운다.

인생 저따위로 살진 말아야지.
다 눈에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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