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 : 낯선 곳에서 만난 나 (4)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

by 일주일의 순이

# 한국에 대한 그리움


“이렇게 이쁜 옷을 누가 사줬어?”

“택배 아저씨가 갖다 줬어요”

우리 아이는 누가 옷이 이쁘다고 칭찬하면 택배 아저씨가 사줬다고 말하곤 했다.

나도 누가 이런 옷을 어디서 샀냐고 물으면, 인터넷으로 샀다고 말하는 게 일상이었다.

농담처럼 인터넷 쇼핑이 아니면 나는 거지꼴로 살았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 가사라는 세 가지 공을 한꺼번에 굴리다 보니 직접 장을 보러 가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평소의 패턴이었다. 평소 잠시 쉴 때 인터넷으로 생필품이나 먹거리, 옷을 샀다. 그리고 요즘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도 발달하고, 반찬가게도 발달하여 그런 것들을 이용하여 식사를 준비해다. 각종 배송으로 주문하면 몇 시간 만에, 또는 다음날 새벽에 식재료를 현관문 앞까지 배송해 주었다. 택배 배송도 대부분 이틀이면 집까지 배달이 된다.

미국은 거주지와 상업 지역이 분리되어 있어서 상점은 주차장이 매우 넓게 잘 되어있는 상점 밀집 지역인 커먼스로 간다. 집 앞에 슈퍼에 걸어서 가던 한국과 달리, 가까운 슈퍼도 차를 타고 상점 밀집 지역인 커먼스에 가야 한다. 도심 지역이 아니라 쇼핑몰은 10-20km 거리를 가는 것은 기본이다. 시간과 발품이 많이 든다.

아이들 학원도 학원 셔틀버스가 와서 픽업해 주거나 단지 내 상가는 걸어서 갈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무엇을 하려면 10km 거리쯤은 예사로 라이딩이 기본이다. 문득문득 동선이 짧아서 발품을 줄일 수 있는 복작복작한 한국이, 도시가 그립다.


무엇보다 반찬가게나 배달음식이 너무 그립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인데... 한국마트가 차로 30분 거리이니 그렇게 가깝지 않고 식재료도 구하기 어렵고, 바로 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나 한식 자체가 그리운 것이구나! 콩나물 국밥, 설렁탕, 갈비탕 등 이런 뜨끈뜨끈한 음식들이 너무나도 먹고 싶다!!

한국에서는 스파게티 등 다른 나라 음식을 좋아하고 이국적인 입맛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에 나와보니 나는 뼛속 깊이 완전 한식 파였다.



# 예상치 못한 내 몸의 반응

우리가 사는 곳은 복잡한 도심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 약간의 교통 체증 외에는 비교적 도로가 한적한 편이다. 그래서 남편은 미국은 땅이 넓고 도로도 넓고 한국의 도시처럼 차가 많고 복잡하지 않아서 운전하기가 더 낫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15km 거리의 복잡한 도심을 통과하는 출퇴근길 운전이 아침 출근시간에는 1시간~1시간 반까지 걸렸지만, 여기서는 15km는 10-15분이면 갈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처음 한 달 동안 운전할 엄두를 전혀 내지 못했다. 내가 사는 도시의 한가로운 길이 오히려 나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길이 낯설어서가 아니다. 나는 공간지각능력이 좋은 편이라 낯선 길에서도 늘 지도를 들고 앞장서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었고, 처음 오는 길도 한번 온 길은 그대로 잘 인지하여 다시 어려움 없이 가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 운전하기 더 쉽다고 하는 길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겁이 나는 거지?


내가 사는 작은 도시는 10m 이상 아마도 20m쯤 되어 보이는 키가 매우 큰 나무들이 도로에, 가로수로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대부분의 건물이나 집들이 그 나무 건너에 있다. 게다가 여기는 상점들과 집들이 대부분 1-3층에 해당하는 낮은 건물이라 고층 건물이 없어서 도로에 있는 커다란 나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키 큰 나무가 벽을 이루고 있는 이 도시를 ‘Hidden city’라고 불렀다.


차로 운전할 때 보이는 풍경은 절반은 하늘이고 절반은 나무이다. 운전할 때 하늘과 나무만 보이고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 풍경은 나의 공간지각능력에 혼란을 주었고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으면 여기가 어디쯤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굉장히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인데.. 이러한 똑같은 풍경을 운전할 때 나에게 약간의 공포증이나 불안감과 같은 비슷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당황스러웠다.

누군가 밀폐된 공간에서 공포를 느낀다는 폐소공포증 등 여러 가지 공포증을 말로 들어본 적이 있지만, 나는 한적한 똑같은 풍경의 길에서 불안감을 느끼다니.. 어떤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고 전혀 불안 요소가 아닌 것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심리적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였다.


달리는 차에서 바라본 도로의 풍경(1)
달리는 차에서 바라본 도로의 풍경(2)


달리는 차에서 바라본 도로의 풍경(3)


그런데 신기하게 보스턴이나 뉴욕과 같은 대도시나 좀 더 도시화된 곳으로 여행을 가면 오히려 그곳에서는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동안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매우 복잡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살이에 적응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여행으로는 드넓고 탁 트인 자연이나 여유로운 곳이 너무나도 좋지만, 매일의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공간을 미국 시골로 이동하여 땅도 넓고 한적한 시골살이에 적응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의외의 곳에서 내 몸이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걸 몇 달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환경으로 변화하면 우리 몸은 나름의 방식으로 서서히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는구나!



# 적응중


어느 날 아이와 같은 반의 친구 엄마가 이끄는 대로 동네 trail을 산책했다. 그 엄마가 나무에 있는 새의 이름을 알려주고 trail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그 주변 풍경들이 갑자기 내 마음속에 쏙 들어와 안기는 느낌이 들면서 그전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모습들이 너무나도 예쁜 모습으로 보였다. 이제 매일 일상적인 삶으로서의 공간으로써 이곳에 시골살이에 적응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동네 도서관 창가
동네 trail 산책길에서 만난 hawk
1월 추운 겨울날 인근 주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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