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순이 : 산에 끌려갔습니다 (6)

동네 뒷산 100번 가기 (지속 가능한 등산을 꿈꾸며)

by 일주일의 순이


우리 집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산이 근처에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유명한 3개의 산을 걸어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게다가 이 산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원한다면 긴 코스로 잡고 운동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산 아래에 어린이를 위한 산림 공원도 있다.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그곳에서 나뭇가지랑 돌로 흙을 파며 놀았다. 특히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에 이곳의 혜택을 톡톡하게 누렸다. 전염병이 무서워서 놀이터도 못 나가던 시절에 우리 집 꼬맹이는 이곳을 누비며 뛰어다녔다. 다른 아이들은 마스크를 통해 숨을 쉬는 동안 요 녀석은 산속 놀이터에서 마음껏 숨을 쉬는 호사를 누리며 지냈던 것이다.


산림 공원에서 한참 놀다가 보면 저 위에는 뭐가 있나 자연히 궁금해지기 마련이고 하루는 중턱까지 또 하루는 그 너머까지 오르다 보니 아이가 6살 때 그 산 정상에 올라있더라. 산 정상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발아래에 두고 조망을 하는 경험을 하면 다시는 그 기분을 잊지 못하나 보다. 동네 뒷산이긴 하지만 경사가 제법 가팔라 운동하러 오르는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곳이다. 그런 곳은 꼬맹이가 그 이후로 계속 계속 잊지 않고 오르더라.

봄에는 꽃 검색을 하며 새싹을 구경하며 오르고
여름에는 보냉 백에 아이스크림이며 음료수를 잔뜩 넣고 오르고
가을에는 도토리며 밤 단풍과 낙엽으로 장난감을 만들며 오르고
겨울에는 눈과 친구 하며 올랐다.
우리 집 꼬맹이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그중 대부분은 산이 선물한 것이다.

뒷산에 자주 가는 길 말고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실핏줄 같은 길을 두 다리로 걷다 보니 내가 사는 이곳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후삼국 시대 토성과 예전에 없어진 폐금광도 발견하고, 한국전쟁 당시 참호를 보기도 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이곳에서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았단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도심이어도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는 우리 가족이 인적이 드문 동네 산길을 가는데 노루 가족과 만났다. 당황해하는 노루 가족 표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긴 사람 길이 아닌데 왜 이리로 왔어?"
어리둥절하게 물어보는 것 같았다.
이곳은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 다람쥐, 청설모, 딱따구리, 산비둘기, 멧돼지(발자국만 보았지만) 등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사는 삶의 공간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아이와 동네 뒷산에 오를 것이다. 유명한 국립공원도 아니고 멋진 경관이 펼쳐지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튼튼한 다리 근육을 주고 신선한 공기를 허락해 줘서 고맙다. 그리고 자세히 알게 되니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내일도 동네 뒷산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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