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순이: 취미는 사랑(4)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by 일주일의 순이

이것은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다.
왜 부끄럽냐면, 이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두렵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와, 대단하다!"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뭐야, 잘난척이야?"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게 뭐?" 라며 아무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나의 고백은 바로,
나는 아이들이 좋다.
^-^;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반응이 궁금하다. '교사라면 마땅히 아이들을 좋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교사이지만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철없어 보일까봐 조금 부끄럽다.
어른은 아이를 온전한 존재로 바라보기 어렵다. 어린이는 가르쳐야 할, 보육해야 할 하나의 대상이다. 아무리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더라도 어른으로써 해야 할 사명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연의 상태로 태어난 아이를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 기본생활습관, 학습 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가르치고 잔소리를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보육하고 가르치기 위한 전문적인 기술과, 인자함, 인내심 등 정서적 기술 역시 요구된다. 그래서 어린이와 만나는 직업은 매우 힘든 일 중 하나로 인식된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하지 않는가. 교사들이 승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서글프게도 나이가 들면 체력이 딸려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있을 때 생기가 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 생활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어른들과 놀 때보다 아이들과 놀 때 더 재밌을 때도 있다.
이제 교사로써 아이들을 만난 경력이 12년이다. 교육학이나 어린이에 관한 책을 꽤 읽었지만, 다른 사람의 언어를 빌리지 않고 내가 만난 아이들을 정의내리자면 이렇다.

첫째, 아이들은 어떤 일이든지 온 마음을 다한다.
나는 이렇게 매사 진심인 존재를 본 적이 없다. 설사 그 일이 급식 메뉴일지라도 말이다. 우리 반 아이들의 하루는 오늘 급식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날 내가 좋아하는 게 나오면 하루종일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우울하다. 또 그 날 자리 바꾸기나 가창 시험 등 이벤트가 있으면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며 그 이야기를 하거나 연습한다. 나는 이렇게 작은 일에 목숨 걸 줄 아는 아이들이 좋다.

둘째, 아이들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아마 의아한 사람도 있겠다. 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는 아이도 분명 있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만난 존재들 중 가장 오늘을 사는 이들이다.

셋째,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즐겁다.
이것은 아이들이 어떤 일이든지 온 마음을 다하고,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특징이다. 아이들은 주로 '노는 것'에 진심이다. 나는 언제나 '해야 할 일'에 매여 있지만 아이들은 학교라는 꽉 막힌 틀에서도 작은 틈을 찾아내어 놀이를 한다. 나는 아이들의 이런 유쾌함과 유연함이 좋다.

넷째, 아이들은 상처를 쉽게 드러내고, 그 상처를 보듬어주면 치유되는 속도 또한 빠르다.
아이들은 상처를 숨길 줄 모른다. 어른이 되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기 때문에 나의 약한 부분을 남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아이는 분노로, 어떤 아이는 슬픔으로, 어떤 아이는 지나친 활달함 또는 어른에 대한 반항으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 이 때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온기를 전해주면 아이들은 역시 자신의 마음을 내게 드러낸다.

나는 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을 뿐이다. 다른 아이들을 자주 이르고 울고 하는 것이 왠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물어보았더니, 부모님이 5살 때 이혼한 것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매사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는 이 날 내가 준 사랑의 온기를 꽤 오래 기억했다. 물론 사랑이 모두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랑은 자양분이 될 뿐 열매를 맺지 못한다. 원래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은 콩나물에 주는 물처럼 흘러 내려가 버리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주로 먹을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나의 주머니엔 초콜렛, 젤리, 비타민 같은 달다구리들이 늘 가득 차 있다. 단 것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이나 사탕으로 사랑을 전달하기도 하니 말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은 어린 시절 치과 의사인 아버지가 우스꽝스런 교정기를 씌우고 초콜릿은 입에도 대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이런 소설을 썼노라도 밝힌 적이 있다. 젤리나 초콜릿의 달콤함은 마치 어린 시절과 같다.

올해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났다. 내가 준 사랑을 배로 돌려주는 아이들은 처음이다. 시도때도 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나를 심쿵하게 한다. 아이들은 나의 엔돌핀이다. 우리 반 아이들의 주제글쓰기- '5학년을 마치며'를 잠깐 자랑해 볼까 한다.

나는 언제나 아이들에게 배운다. 그들의 솔직함을 배우고 즐거움을 배우고 오늘을 사는 감각을 배운다. 내가 들인 정성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받는다. 아이들을 만나면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물론 나 역시 어른으로써 아이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혼도 낸다. 하지만 기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다만 그 표현 방식이 기성 사회와 맞지 않기 때문에 사회를 먼저 경험한 어른들이 자신의 틀대로 아이들을 맞추려는 것이다. 변해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인지 모른다.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김소영 작가는 최근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펴내며 어린이에 진심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어린이로부터 내 쪽으로. 더 많은 쪽에서 필요한 쪽으로.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내 마음에 사랑이 고여 있을 리가 없다. 모두 너무 보고 싶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 중>

그녀가 들려 준 이야기에 용기를 내어 나도 고백해 본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로써 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다음에는 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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