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울린다. 부스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4시 55분이다. 고작 5분 차이지만 ‘4시’에 일어나면 좋다. 새벽이 온전히 내 것이 된 느낌이다.
나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태양은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는 잠을 자고 일어나 새 날을 맞이한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새로운 하루를 선물한다. 예전에 법륜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과거는 꿈이다. 아무리 괴로워도 깨고 나면 꿈은 꿈일 뿐.’ 전 날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이 있었을 지라도 눈을 뜨면 새롭게 ‘부활’할 권리가 있다.
어제저녁까지 시끌벅적했던 우리 집은 지금 나와 강아지만 깨어있다. 내가 눈을 뜨면 강아지는 언제나 나의 기척을 느끼고 일어나 그 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면 나는 강아지를 안아 얼굴을 부비고 냄새를 맡는다. 이 시간이 주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고요한 가운데 멀리서 아득히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은 잘 때 가장 예쁘다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꿀잠에 빠져 있는 아이들 얼굴을 한 번씩 쓰다듬으며 미소 짓고,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열어 모닝 페이지를 쓴다. 이것저것 뒤섞여 있던 전날의 기억들이 잠이라는 발효를 거쳐 내 안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가끔은 강아지를 데리고 밖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이 시간의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며 정말 아름답고 오묘한 색을 보여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있자면, ‘오늘도 내게 선물 같은 하루가 주어졌구나’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출근길은 남들보다 이르다. 8시쯤 교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커피를 내린다. 커피와 카페 역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커피의 향긋하고 고소한 향을 맡으면 나의 마음은 어느새 카페에 와 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여유가 좋다. 여럿이 와서 수다를 떨어도 좋고 혼자 와서 조용히 끄적이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카페는 오직 힐링을 위한 공간이다. 커피 한 모금과 유튜브 음악으로 나는 카페를 소환하여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기 전 잠깐의 사치를 부려본다.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졌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날,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을 나는 사랑한다. 이런 온도, 습도와 어울리는 음악은 지브리 스튜디오 OST이다. 어디선가 고양이 버스를 만날 것 같고, 나무 위에서 토토로가 오카리나를 불 것만 같다. 바람이나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마음은 이곳을 떠나 아득히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밤에도 종종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을 사랑한다. 달과 별 보는 걸 좋아해서 대학 때 천문 관측 동아리를 했었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린 왕자’이다. 별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누군가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외로움이 잠깐 유예된다.
사랑한다는 것이 꼭 무언가를 배우고 연습하고, 시간과 물질과 정신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요한 새벽, 아침을 깨우는 커피, 음악이 나지막이 흐르는 카페,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밤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 하루 동안 스치는 이 모든 감각에서 나는 사랑을 느낀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온전히 나 혼자 즐기는 감정이다. 매일같이 일을 하며 내가 소멸되고 바삭바삭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순간에, 그 감정이 내게 속산인다. 무언가를 사랑할 줄 아는 너는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