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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댕 Jan 03. 2021

첫 번째 촏: 흩어지다

초 단편 소설 시리즈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녀를 마주했을 때 조금은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잊지 않으리라. 그때의 감정으로 아름다웠던 청춘의 기억을 더럽히지 않으리라. 젊은 영철은 다짐했었다. 어이없게도 그녀의 이름이 퍼뜩 떠오르지 않아 웃음이 나왔다.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무표정한 얼굴을 어색하게 지었다.

  사랑이 이토록 쉬이 지워지던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실패한 젊은 날의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뿌옇게 바래진 기억 속에 어렴풋이 그려지는 여학생의 이름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왜 헤어졌었지?

  시큰한 첫사랑의 기억이 희미해진 만큼 아쉬움이 또렷해진다. 전화번호라도 물어볼 걸. 이내 고개를 젓는다. 칸막이 건너 은주가 고개를 갸웃한다. 내일도 만날 수 있을까?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about <촏>

글쓰기 앱 <씀: 일상적 글쓰기>에 매일 업로드되는 글감을 주제로, 글쓰기 훈련용으로 쓴 초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 <씀>의 서비스가 거의 방치 상태이다 보니 작성 글 백업 겸 틈틈이 정리해 브런치에 공개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각각의 <촏> 에피소드는 별개의 내용이며 한 편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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