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아레초 | 꽃 파스타
피렌체에서 기차로 한 시간, 토요일에 열린다는 아레초의 벼룩시장에 가기로 했다. 여행을 갈 때마가 그 지역의 벼룩시장을 꼭 찾는다. 누군가의 흔적이 담겨 있는 찻잔, 작은 소품들을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이 있다. 마침 여행의 일정에 꼭 맞아떨어졌고, 유럽 최대의 벼룩시장이라는 정보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지래!"
"와, 좋다. 너무 잘 찾았는 걸?"
벼룩시장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알게 된 이탈리아의 <아레초> 지역이, 아주 오래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촬영지라니! 너무 어린 시절 보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영화를 떠올리기 위해, 인터넷의 사진들을 보며 장면들을 회상했다. 얼굴만 보면,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릴 수 있는 이탈리아 배우이면서, 극작가 이기도 한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한 영화는 음악도 정말 좋았다. 피렌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남편과 함께 도착한 작은 소도시 <아레초>는 정말 우리의 취향에 꼭 맞았다. 기차에서 내려서 마을 어귀로 들어가는 순간, 이미 벼룩시장의 자판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다. 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그란데 광장은 다양한 물건과 사람들로 생기가 돌았다. 나무로 짜인 거울, 오랜 시절 누군가의 책상에 있었을 듯한 초록색의 스탠드, 언젠가 오랜 영화에서 본 듯한 전축과 연결된 마치 피어있는 커다란 백합 같은 모양의 스피커, 하나하나 물건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환하게 웃으며 친절한 이탈리아인들도 반가웠다. 우리는 작은 꽃들이 그려진 디저트용 접시와 커피잔 두 세트를 샀다.
조금 무거워진 에코백을 메고,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 주인에게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그는 아레초 스타일의 파스타를 추천해주었다. 아레초 파스타라,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조금 넓은 면에 미트 소스 같지만, 토마토 색이 진하지 않은 파스타가 나왔다. 파스타 위에는 작고 귀여운 보라색 꽃잎들이 뿌려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뻤다. 조금 전에 산 들꽃들이 그려진 이탈리아의 옛 접시처럼- 1월이었고 우리는 코트를 입고 조금은 쌀쌀한 기운이 들었지만, 파스타 위에 뿌려진 꽃들이 우리에게 봄을 약속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