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래 장편소설 《이탈-그 여름의 추억록》 제1부
그 덩치 둘, 중사와 상병이 4군단 공정 연대 소속이라는 것을 그는 금방 알아보았다. 그는 다급하게 그 중사가 필요해졌다. 그가 커다란 구령으로 중사에게 거수경례를 올려붙였다. 중사가 가볍게 답례하면서 가까워질 때 그가 외쳤다.
“용무 있습니다.”
중사가 섰다.
“용무? ……뭔가?”
점잖고 느긋한 목소리였다.
“공정 연대로 가고 싶습니다.”
그가 경례 구령과 마찬가지로 크게 자신의 용무를, 아니 목적을 말했다.
“차출 말인가? 아까 신병을 다 뽑았는데……. 좀 전엔 왜 나오지 않았나?”
중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작스러운 그 훈련병의 번호 찍힌 명찰 색깔을 내려다본 후 중사가 다시 물었다.
“몇 중댄가?”
“십삼 중대입니다.”
“아, 십삼 중대에서는 안 뽑았네. 십삼 중대 기수는 좀 빨라. ……근데 자네 무슨, 단증(段證) 같은 거 가지고 있나?”
“옛, 태권도 삼단입니다.”
누런 군복의 덩치 뒤 하늘빛이 금세 칙칙해졌지만, 그는 희망을 품었다. 중사가 데려온 연대본부 행정병을 돌아다보았다.
“십사 중대 애들 중에 삼 단짜리 있었나?”
상병은 2단짜리들 세 명만 있었다고 대답했다. 중사가 거참, 하며 혼잣말로 지껄였다.
“최 중사도 이단밖에 안 되고……. 에이, 부대에 교관급이 없어. ……어쩔 수 없지.”
중사의 고민은 끝났다.
“우린 기수를 한 달씩 끊는다. 자네 어디 뽑혔나?”
이젠 뭘 어쩔 수도 없는 중사가 그걸 궁금해했다.
“사단 정찰대입니다.”
기운이 빠져버린 그가 맥없이 대답했다.
“정찰? 정찰이 뽑았군. ……거긴 우리보다 힘들어. 훈련도 다르다. 정찰은 원래 우리 부대에서 젤 나은 애들로 만들어진 데다. 자네처럼 일부러 센 부대를 원하면 거기가 더 좋을 거다. 정찰은 재미있지.”
중사는 정찰대를 보증했다.
“정찰대는 힘드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생활 열심히 하길 바란다.”
중사는 친절했다. 누런 얼룩무늬의 중사 일행은 신병교육대 정문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
정찰대에 대한 공정대 중사의 자신 있는 보증에 그의 기분은 살짝 나아졌다. 공정대 병력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면, 정찰대가 뭘 하는 데인지는 전혀 몰랐지만, 그가 바라던 부대일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이 일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은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던 고가 정찰기 등의 정찰 자산을 본국으로 철수시키려 했다. 한국이 우려하던 대북 정보 공백은 현실화되었다. 대안이 제출되었다. 그것은 어떤 육군 대령의 별자리 진급 논문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미군은 철수시킬 정찰 장비들을 팔지도 않을 뿐 아니라 혹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구입할 예산도 없다. 또한, 그런 장비들을 운용할 수 있는 인원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실에 따라, 우리의 북파 공작부대를 모델로 하여 육군 전방 군단과 사단에 현역 육군 병사들로 인간정보(人間情報, Human Intelligence)*부대들을 만든다. 이는 북한의 정찰여단에도 대칭 한다. 대원들을 유사시 북한에 침투시켜 첩보를 수집한다. 인간정보들은 상황 종료 시까지 적지에 은거하면서 통신장비로 첩보를 송신하고 여타의 특수임무를 수행한다. 그렇게 대북 정보 공백을 인간정보가 메우면 된다. 현역으로 구성된 인간정보부대, 즉 정찰부대의 편제는 북파 공작부대처럼 정찰반을 기본단위로 편성하고 한 개 반은 5명의 반원으로 구성하여 반 별로 침투시킨다는 것이었다.
육군본부에서는 그런 값싸고 풍부한 현역병으로 구성된 인간정보 부대의 운용개념을 채택했다. 전방에 포진된 각 군단 예하 공정 연대 중 1개 대대씩의 병력이 이동했고 전방 군단 및 사단에 1989년 10월 1일부로 일제히 정찰대대와 정찰대가 창설되었다. 창설 당시, 군단 정찰대대의 구분번호는 4로 시작하는 세 자리 숫자가 주어졌다. 동일한 작계와 임무를 가졌지만 대(隊) 급으로 편제된 사단 정찰대는 구분번호 없이 그냥 몇 사단 정찰대라고 불렸다.
정찰부대는 육 해 공군과 해병대를 통틀어 육군의 전방 군단과 예하 사단들에만 창설되었다. 1996년 이후 육군 특수전여단들에도 정찰대가 등장-여단 특임대가 정찰대로 명칭이 바뀌었다-했다. 특수전여단의 정찰대는 교범 상의 항로 선도대 역할을 하거나 여단급 작전 전에 먼저 침투해 정보 수집과 여단 주력의 강하 지역에 대한 사전 위협 제거 등의 임무를 가지고 있어서 당시의 군단 및 사단 정찰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육군에 정찰부대가 창설된 후 배속 군단이나 사단의 첩보수집 부대로 운용되면서 군단과 사단사령부의 눈과 귀의 역할을 했다. 정찰부대는 적지 종심으로 침투하는 특수임무 부대였다. 주 임무는 전면적인 전쟁 발발 전에 공수 낙하나 육상으로, 때로는 수상으로 사전에 할당된 북한 내의 작전지역에 침투하여 은거지를 구축하고 북한군 주력부대에 관한 첩보를 수집하여 아군에게 송신하는 것이었다. 정찰대원들의 개별 임무는 주로 아군 폭격기나 포병부대의 화력을 유도하여 적의 집결지에 폭격과 포화를 집중시키고, 적의 병력 규모와 이동 상황, 무기와 장비, 지휘소나 막사, 화약고, 무기고 등의 주요 목표 건물, 주변 부대와의 연락체계, 경계상황, 지형 및 주변 환경 등을 파악, 정보를 수집하고 때에 따라서는 적 지휘관이나 정치 지도원을 납치, 호송 또는 암살하며 작전 계획 및 작전지도 등 중요 문건들을 절취 해내는 것도 포함되어있었다. 또 적의 급수시설과 상수원에 독극물을 풀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 심리전까지도 수행해야 하는 임무도 있었다.
장거리 침투로 인해 경무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찰대원들은 적과의 조우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어쩔 수 없는 적 조우 시에는 대검 같은 무성 무기를 사용하거나 맨손으로도 적을 살상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했다. 대원들은 북한군 군복을 착용하고 북한식 언어 및 말투를 익혀 북한군으로 가장하는 훈련도 받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정찰부대의 운용 교범에는 모든 대원은 상황 종료 시까지 임무가 계속되며, 임무 종료 시에는 철수 명령에 따라 각기 도피, 탈출하게 되어있었다. 실제 유사시 대원들의 생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혹독하고 엄격한 훈련이 필요한 부대였다.
* 인간 자원에서 도출해 내는 정보 범주. 이는 전술적으로 접촉에 의한 직접 관찰 부대, 기만, 포로 획득, 서류, 장비, 장거리 정찰, 청음초 및 관측소, 군사 및 준 군사 부대와 접촉 그리고 최전선에 있는 우군 부대의 보고에 의해 얻어지는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