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뭐야!」
「널 괴롭힌 연놈들이야. 내가 널 위해 조용히 만들었어. 널 위해」
「미친 새끼」
「왜 그래요. 나한테 그러지 말아요. 난 민희 씨가 편해지길 원했어요. 병원에서 그랬잖아. 다 내 덕분이라고. 내 덕분에 편안해졌다고.」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이 미친 새끼야. 네가 뭔데, 네가 뭐길래 죽여. 너한테 나 편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난 알아. 네 고통을. 나한테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걸 난 들을 수 있었어. 네 마음을 난 들었어.」
「진짜구나」
「그래 나만이 너의 그 마음속을 들을 수 있어」
「넌 진짜 미쳤어!」
「그러지 마. 너 덕분이야. 넌 날 나답게 만들어줘 」
「미친 개소리. 난 너랑 아무 상관없어」
「혹시나 기대했는데. 눈을 뜨고 날 보면 기억이 날 줄 알았는데. 오늘은 계속 날 슬프게 하네.」
「다행이네. 너 같은 정신병자를 기억 못 한다는 게」
「애써 날 부정하려 하지 마 넌 날 기억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잖아. 」
「내가 널 언제 봤다고 기억해 난 너 같은 미친놈을 알지 못해」
「난 분명히 기억해. 나에게는 너밖에 없었거든. 내가 널 얼마나 찾으러 다녔는데.」
「개소리하지 말고 그냥 날 보내줘」
「난 이제 다시 널 잃고 싶지 않아. 」
「헛소리하지 말아. 난 널 모른다니까.」
「그럼 생각할 시간을 줄게. 천천히 생각해봐.」
민혁은 그렇게 말하고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방문이 잠기는 소리가 났다.
민희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우리가 어디서 봤단 말인가? 병원에서 본 게 처음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그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갑자기 지하에 시체와 같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 민희는 무서웠다. 시체들이 그녀에게 뭔가 하지는 않을 테지만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게다가 썩어가고 있는 모습이 자꾸 그녀의 뇌리에 떠올라 몸과 마음이 불편했다. 시력을 잃어 보고 싶지 않은 걸 볼 때가 더 행복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중년의 여성이 식사를 들고 내려왔다. 여태껏 그녀를 돌봤던 간병인이리라 그녀는 추측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계시죠?」
「살려주세요.」
민희는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그녀에게 매달렸다.
「무슨 소리야? 살아있잖아. 민혁이가 널 지옥에서 꺼내 줬잖아」
민희는 그녀의 답에 멍해졌다.
「너희는 다 미쳤어! 」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게 미친 건가? 」
「헌신? 살인을 요즘은 그렇게 부르나 보지? 정신병자들 」
「맞아. 누군가를 위해 살인까지 하는 거. 그걸 헌신이라고 할 수 있지. 네가 더 잘 알 텐데.」
「무슨 소리야! 」
「그나저나 민혁이 오래간만에 얼굴 보니 어때? 회포는 잘 풀었어?」
「너도 그렇고 그놈도 그렇고 마치 예전부터 나랑 아는 사이처럼 말하는데 난 그런 미친놈 몰라」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안나는 척하는 거야?」
「안타깝네. 딴년이랑 헷갈렸나 보지.」
「민혁이 불쌍해서 어쩌나. 평생 너만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진짜 모른다고!」
「기억나게 해 줄까? 」
「알고 싶지 않아. 미친놈들 말 듣고 싶지 않아.」
「 그럼 더더욱 떠올려줘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