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는 몸에 열이 나는 걸 느꼈다. 열이 그녀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그녀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 밑으로 쓰러졌고 그 상태로 기절했다. 잠시 후 민희는 정신이 돌아왔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를 맞이하는 건 이제는 익숙해진 습하고 역겨운 냄새였다. 자신이 지하실에 누워있다는 걸 알았다.
「눈 떠봐요」
민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희는 눈을 떴다. 주변이 환했다. 민희의 눈에는 마감이 안된 시멘트 천장이 보였다. 전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선명하게 보였다. 민혁의 목소리가 나오는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민희 또래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나예요. 내 얼굴은 처음 보는 거죠?」
민혁이 수줍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민혁의 인상은 평범했다.
민희는 어이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갑자기 시력이 돌아온 것도 이상했는데 민혁은 마치 소개팅 하 듯한 태도로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민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아까 넘어질 때 어깨를 다쳤는지 통증이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찡 글리며 어깨를 붙잡았다.
「아파요?」
그는 민희를 부축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그를 피해 뒷걸음쳤다.
「왜 그래요. 왜 날 피해요」
민혁은 슬픈 표정을 한 채 민희에게 다가섰다.
「저리 가. 저리가란 말이야.」
민희는 민혁을 거부했다.
「이러지 말아요. 민희 씨가 그러면 난 너무 가슴이 아파요.」
「오지 마!」
민희가 소리치자 민혁의 표정이 갑자기 섬뜩해졌다. 그리고는 민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러지 말랬지. 난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민혁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들어가 있었다. 민희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놔, 이거 놔.」
민희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날 사랑한다며. 내 눈을 보고 싶다며. 근데 왜 그래?」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저리 가 놔줘」
「나한테 왜 그래. 난 널 위해 모든 걸 했는데. 날 사랑해야지.」
「싫어 싫다고.」
「네가 그러면 안 되지. 내가 널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민혁은 그녀의 얼굴을 잡은 채 그녀의 뒤쪽으로 강제로 얼굴을 돌렸다.
민희의 시야에 악취의 정체가 들어왔다. 민희는 또다시 구토가 올라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시력이 돌아온 게 원망스러웠다. 그곳에는 두 구의 썩어가는 시체가 있었다. 문성식과 그의 아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