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사고를 낸 차량이 뺑소니라 목격자들 진술로 해당 차량을 수배해 놓은 상태이니까 곧 잡힐 겁니다.」 근데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사고가 나면 웬만해서는 뺑소니 안 치는데..... 이상하네」 라며 혼잣말을 했다.
「수배만 하면 바로 잡히나 보져」 민희는 뺑소니 차량 변호라도 하는 듯 한 형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즘 CCTV다 뭐다 해서 대부분은 금방 잡히죠. 게다가 요즘 인터넷에 영상이다 뭐다 이런 거 올라오니까 금방 잡힐 겁니다.」
「영상이요?」 영상이란 말에 민희는 당황했다.
「아. 사고 영상은 아니고 도주하는 차만 찍힌 영상이 올라왔더라고요.」 형사는 그렇게 말하고 부스럭거리더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영상을 재생했다. 핸드폰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영상에 차량이 도주하는 장면이 있고 명확하게 차량번호가 찍혔네요. 검은색 그랜저 7544」 형사는 굳이 차량에 대해서까지 설명했다.
「128 나 7544」 민희는 형사의 말을 듣자마자 차량번호를 이야기했다.
「어? 어떻게 아셨죠?」 형사의 당황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차주가 혹시 문성식 아닌가요?」 그녀는 익숙한 번호와 익숙한 이름을 말했다.
「네. 이름 문성식. 계속 연락을 해봤는데 전화는 꺼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집으로 사람 보내보려고 했죠. 아시는 분인가요?」
「저희 팀장이네요....」 말은 차분하게 했지만 그녀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뺑소니가 자신의 팀장이라니....
「혹시 원한 살만한 일이라도.」 형사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회사에서 일 때문에 몇 번 의견 충돌은 있었지만 사람을 죽이려고 할 만큼 대단한 충돌은 아녔네요...」 민희는 사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게 있었지만 형사에게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럼 일단 회사에 사람을 보내봐야겠네요. 회사는 어디시죠?」 민희는 형사에게 자신의 회사명과 주소를 알려줬다. 형사는 이어서 또 다른 질문들을 던졌지만 민희 귀에는 그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환자가 힘들어하네요. 이만하시죠.」 형사가 계속된 질문에 민희가 답이 없자 의사가 제지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형사의 이야기가 갑자기 끊겼다.
「연락처는 저에게 주시죠. 환자가 요청하면 저희가 대신 연락드리죠.」 의사가 말했다.
「아. 그렇게 하시죠. 자. 그럼 연락 주시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형사가 가려고 하자 민희가 말문을 열었다.
「저기.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회사에 좀 알려주시겠어요?」 일단 회사부터 수습해야 했다. 자신의 결근으로 수습할 일이 많이 있으리.... 게다가 문성식까지....
「네 회사에는 사정 설명하죠. 그나저나 핸드폰 하나 구하셔야겠네요. 그럼 전 이만」
「아 그럼 저희도 같이 나가죠.」 의사의 말이 들리고 얼마 안 있어 여닫이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문성식....」 민희는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