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5

by Bullee

병원을 나온 이 형사는 회사를 검색해봤다. 병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서까지 가는 길에 들릴 수 있을 것 같아 잠깐 들려보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곳에 도착하니 몇 층인지 모를 높은 건물이 있었다. 로비에 들어가 층별 입주해 있는 회사명을 훑어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7층에 내리니 [SI 광고]라는 회사명이 그를 맞이했다. 회사명이 쓰여 있는 큰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공간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한쪽은 높게 쌓아 올린 파티션 속에서 외부인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마치 전쟁터처럼 치열해 외부인을 신경조차 쓸 여유가 없었다. 이형사는 누굴 찾아야 하는지 몰라 가만히 서서 자신을 알아차려 주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갈 곳 잃은 그의 뒤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오셨죠?」

「아. 강남서에서 왔습니다.」 이 형사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줬다. 신분증을 확인 한 남성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그를 파티션 숲 사이로 안내했다, 도착한 곳 천장에는 ‘경영지원팀’이란 푯말이 이곳이 무엇을 담당하는 곳인지 알려주고 있다. 형사를 안내한 남성은 파티션 너머 누군가에게 그를 인수인계하듯 넘기고선 다시 파티션 숲 사이로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경영지원팀 최양희 과장입니다. 어떻게 오셨죠?」

「강민희 씨 때문에 왔습니다.」 형사의 입에서 강민희의 이름을 듣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강 과장 때문에 난리예요. 저기 전쟁터 보이시죠?」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나타나질 않았어요. 전화도 계속 안 받고... 이주임은 왜 이리로 안내를 했나몰라, 기획팀으로 안내 하지....」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전쟁터로 안내하기 싫었나 보죠.」 라며 중얼거렸다. 상대방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자 용건을 말했다. 「강민희 씨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전화는 분실했다고 하던데요..」 일단 강민희의 소재부터 알렸다.

「그럼 그렇지. 강 과장이 그렇게 책임 없는 사람이 아닌데 사고가 났었군요. 어디 병원인지 알려주시면 저희가 직원 보내겠습니다.」 뺑소니 사고란 말에 짜증 난 얼굴이 사라졌다. 이 형사는 강민희가 입원해 있는 병원과 호실을 알려주었다.

「혹시 문성식 팀장은 출근했나요?」 넌지시 문성식 팀장의 소재를 물어봤다.

「팀장님도 같이 사라져서 저 난리지요.. 혹시 문 팀장님도 사고가 난 거예요? 어쩌다? 둘이 같이?」 최 과장은 형사에게 현재 상황과 함께 질문을 동시에 던졌다.

「아뇨, 그냥 뭐 물어볼 게 있어서요」 이 형사는 문성식 팀장이 가해자란 걸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팀장님에 대해 궁금하시면 저기 전쟁터로 가셔야 하는데...」 최 과장은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 게 아쉬운 말투였다.

「안내만 해주시면 제가 어떻게 든 살아남아 보겠습니다.」 이 형사는 약간 능글맞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최양희 과장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서는 신발을 갈아 신고 그를 기획팀으로 데리고 갔다.

「저기, 양 대리 바쁜 건 알겠는데 여기 좀 와봐야겠어」 그녀가 부르자 안 남성이 짜증 난 얼굴로 최양희 과장과 이형사 앞으로 왔다.

「지금 여기 전쟁터인 거 안 보이세요? 뭔데요?」 그는 독이 바짝 오른 얼굴로 툴툴 댔다.

「강민희 과장 소식을 가져오셨는데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데...」

「정말... 가지가지하는구먼..」 그는 강민희가 뺑소니 났다는 소리에 걱정보다는 짜증 섞인 반응이 먼저 나왔다.

「여기 강남서에서 나오신 형사님이신데 자네가 좀 상대해 드려. 난 일단 병원에 사람 좀 보내고..」 최양희 과장은 양 대리에게 눈치를 주고 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녀 옆에 있는 사람이 형사라는 말을 듣고는 양 대리 얼굴에 심술 기는 조금 사라진 듯했다.

「여기 앉으시죠. 강 과장님이 뺑소니 당하셨다고요?」 파티션 안쪽 회의 테이블로 이 형사를 안내했다.

「네. 이틀 전에 퇴근길에 사고가 났네요. 그런데 혹시 팀장님은?」 문성식 팀장에 대한 소재를 넌지시 물어봤다.

「그게. 팀장님도 지금 연락이 안 되세요.. 사실 팀장님은 3일 전부터 연락이 안 돼서 강 과장이 수습하다가 강 과장도 연락이 안 되고 결국 지금 이 사달이 난 거고요.」 양대리는 문성식 팀장이 하루 더 먼저 사라졌다고 이야기했다.

「혹시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난 건 아니죠?」 양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왜 그런 말을?」

「사실 두 분 사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거든요. 원래는 과장님이 팀장이 되어야 하는데 문 팀장님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했거든요.. 그리고 회의만 했다 하면 둘이 어찌나 싸우는지..」

「싸워요?」

「아니 치고받고 싸웠다는 건 아니고 유난히 둘이 의견이 안 맞았어요...」

「아 회사 내에서 어떠셨나요? 주변 사람들 관계라든지」

「아 매주 좋았어요. 잘 챙겨주시고, 가정적이시고 확실히 외부에서 스카우트해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일도 잘하시고. 다행이죠」

「다행이요?」

「네. 과장님은.. 글세 뭐랄까.. 철벽?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 일은 잘하는데 인간적인 면이 없달까? 주변 사람들과 교류가 거의 없었죠」

「과장님께 원한이 있거나 한 사람은 회사 내에 없었나요?」

「일로는 완벽주의자라서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부딪치긴 했지만.... 그게 원한까지는...」

「근데 형사님 혹시 질문이 더 있으실까요? 제가 지금 너무 바빠서....」

「아 죄송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와도 될까요? 혹시 연락처를...」

「물론이죠....」 양대리는 몸에 밴 습관처럼 잽싸게 명함을 꺼내 이 형사에게 앞에 꺼내 들었다. 양대리의 모습에 이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명함을 꺼내 교환했다. 명함을 받은 양대리는 곧바로 일하러 갔고 이 형사는 또다시 방황하는 처지가 되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이 형사는 소리치듯 말한 뒤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문성식의 소재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정보는 하나 얻어냈다. 회사 사람들이 강민희에게 호의적이진 않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왠지 더 있다가는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릴까 봐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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