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는 강민희 사무실을 들른 다음날 문성식의 집에 가보기로 했다. 수배를 내렸으니 조만간 잡히겠지만, 어제 강민희의 사무실을 들린 후 뭔가 모를 찜찜함이 그에게 남겨졌기 때문이다. 준호를 찜찜하게 만들고 있는 건 문성식이 그녀보다 하루 먼저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는 뺑소니가 아닌 뭔가 다른 게 있다는 예감이 들어 문성식 집으로 차를 몰았다.
며칠째 연락이 안 되는 남편으로 인해 은혜는 어제도 잠을 못 잤다. 연락 없이 외박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회사에는 오늘 하루 연차를 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남편 회사에 연락해봤지만, 회사에서 오히려 남편의 소재를 물었다. 회사도 남편의 무단결근으로 인해 지장이 생긴 것 같은 눈치였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은혜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 순간 인터폰 벨이 울렸다.
「계십니까?」 1층 출입문 밖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무시했겠지만, 남편과 관련된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인터폰을 켰다.
「누구세요?」 낯선 남자는 모니터로 자신의 신분증을 보였다.
「경찰입니다. 강남서에서 왔습니다.」
「경찰이요?」 경찰이란 말에 은혜의 가슴은 내려앉았다. 그녀가 제일 걱정했던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문 열림 버튼을 눌렀다. 은혜는 서 있기 힘들어 소파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경찰이 올라오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경찰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할지 겁이 났다. 어떤 말이든 오늘 그녀가 듣는 가장 최악의 말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마침내 집 앞 초인종이 눌러지고 은혜는 간신히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경찰이라고는 하지만 집안으로 들이고 싶지는 않았기에 은혜는 몸 반만 문 밖으로 나갔다.
진호는 갑자기 찾아온 자신 때문에 놀랐을 상대방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준 뒤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강남서 이준호입니다. 여기가 문성식 씨 댁 맞나요?」
은혜는 상대방의 신분증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그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은혜는 겁이 났지만 더 서 있을 자신이 없었기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에게 다가올 어두운 미래에 대해 물었다.
「아 문성식 씨 집에 안 계신가요?」」
은혜는 경찰의 뜻밖의 답에 긴장감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며 자신의 다리 힘까지 끌고 나가는 듯한 느낌을 들었다. 잡고 있는 문을 잡고 간신히 버텼다.
진호는 은혜의 반응에 문성식이 여기 없다는 걸 알았다.
「혹시 문성식 씨랑 어떻게 되시는지?」
그녀는 답을 하지 않고 순간 생각했다. 만약에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면 그를 집에 와서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무슨 일을 저질렀으니 경찰이 집까지 왔으리라. 은혜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 순간만큼은 버텨야 했다.
「아. 네 부인입니다. 근데 무슨 일로...」
「아. 문성식 씨 소유 차가 뺑소니 사고로 신고가 들어와서요.」
「며칠 째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안 왔어요.」
「혹시 어디 가실만한 곳이라도 있으실까요?」
「아니요. 저도 그이가 연락이 안 돼서 걱정하고 있던 차라...」 삼일 전에 출근하고서는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
「아. 그러시군요... 지금 차량이 수배가 내려진 상태라 어디 계신지 저희에게 곧 연락이 올 텐데, 혹시라도 집에 오시면 저에게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뺑소니라도 체포되는 것보다는 자수하시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되시거든요.」 준호는 좋게 이야기하면서 약간의 기대를 걸어봤다.
「진짜 집에 없어요.. 그리고 삼일 전부터 연락이 안 된 건 그이가 차를 운전 안 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은혜는 있는 힘을 쥐어짜 목소리를 높였다.
「아 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혹시 강민희 과장이라고 아시나요? 남편 분 같은 회사 동료이신데」 진호는 조금 건드려 보기로 했다.
「아. 이름은 들어봤어요. 남편에게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이네요. 근데 왜 갑자기 그걸 물어보시죠?」 은혜는 담담하게 대응했다.
「아. 이번에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게 강민희 과장이거든요. 두 분 평소에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해서 혹시나 뭔가 아시는 게 있나 해서요」
「우리 남편이 그럼 일부러 그 사람을 차로 들이받았다는 거예요? 그런 사람 아니에요. 회사 가서 물어보세요! 회사 사람들하고 사이가 좋아서 팀원 몇 명은 저희 집에서 같이 저녁도 먹고 했다고요. 지금 남편을 어떻게 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은혜는 화가 났다. 남편이 연락이 안돼 걱정인 상태인데 경찰은 단순한 뺑소니 가해자로만 대하니 참을 수 없었다.
「아 불편하게 생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됐어요 이제 그만 가세요.」 은혜는 문을 닫았다.
문 아래로 준호는 자신의 명함을 집어넣었다.
「혹시라도 뭔가 잘할 게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은혜는 명함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 일은 없기 때문이다.
「강민희...」 은혜는 화가 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저주하듯이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