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 8

by Bullee

강민희 과장이 앞이 안 보인다는 소문은 그녀가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정보보다 더 빠르게 회사에 퍼졌다. 그녀가 회사 직원들과 거리를 둔 이유는 사람들로부터 관심받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이번 사고로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입사 후 최고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소식이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풍문의 주인공은 지금 회사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사람 강민희와 문성식이었다. 공교롭게도 회사에서 가장 관심받고 있는 두 명이 같은 팀에 평소에도 사이가 안 좋은 사이였기에 사람들에게는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첫 시작은 민희의 눈과 관련된 것부터 시작했다. 사람들의 입을 거치는 순간 민희의 눈은 일시적인 영구적인 실명으로 바뀌었고, 실명의 원인도 뺑소니 사고가 아닌 폭행, 약물 등 저마다 다른 원인으로 바뀌어있었다. 민희의 소문만 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사라진 문성식의 소문 또한 무성하게 돌고 있었다. 사고설, 가정불화설 심지어 해외 도피설까지 돌았다. 사람들의 입은 이 두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각자의 소문은 점점 커져 결국은 합쳐졌다. 회사 사람들 입에서 어느덧 문성식이 사라진 이유에 강민희가 중심에 있었고, 강민희가 눈이 안 보이게 된 사고의 중심에는 문성식이 있었다. 두 사람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어느덧 두 사람은 불륜관계가 되어 있었다. 이런 풍문은 두 사람이 복귀하지 않는 이상 소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문과는 별개로 회사에서는 어쨌든 팀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기획팀으로 임시방편으로 한 명을 충원하기로 하고 문성식은 대기 발령 강민희는 휴가 중인 것으로 일단 대처했다.

민희는 회사 사람이 다녀가고 곧 직원들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가 입방아처럼 오르내릴 거란 생각에 진저리가 났다. 그녀는 회사에서는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주의였다. 인간관계도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그녀에게는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늘 그런 게 일보다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녀는 그런 게 싫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결국 자신이 먹을거리를 던져 줬다는 걸 알게 됐고 지금 회사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떠도는지 상상이 됐다. 핸드폰을 구해보려는 생각을 접었다. 지금 회사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민희는 그들과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그 회사로 회사로 복귀를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일일이 그들에게 해명하고 대응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경력과 능력이면 다른 회사로 이직이 가능할 터. 게다가 이제 와서 굳이 문성식과 엮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일단은 문성식이 등장하거나 잡힐 때까지는 그냥 쉬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자 왠지 편안해졌다. 그때 누군가 여닫이문을 열었다.

「오늘은 좀 어떠신가요?」 그 무뚝뚝한 의사다.

「많이 좋아졌어요. 통증도 거의 없고. 이제 앞만 보이면 될 것 같네요」 앞이 안 보인다는 사실에 익숙해진 그녀는 이제는 담담하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행이네요. 눈은 늘 같은 말씀이지만 조금 있으면 괜찮아지실 겁니다.」 여전히 감정 없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원래 그렇게 무뚝뚝하신 건가요?」 민희는 무뚝뚝한 그의 말투가 마음에는 들었지만 지금 그녀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는 그 무뚝뚝 밖에 없었기 때문에 왠지 모를 고립감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평소 본인과는 다르게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던졌다. 하지만 이내 후회했다. 너무나 지쳤거나 지루했거나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해 자신이 미친 거라고 자책했다.

「아니요. 저한테 심술 부리 시는 분들께만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약간의 감정을 넣어서 반응해줬다.

「아. 제가 심술만 부렸다는 거군요. 이제 휴전할까요?」 민희는 그동안 의사에게 막대한 게 미안했는지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던졌다.

「전쟁은 서로 대등할 때 하는 거고 제가 일방적으로 당해서 휴전이라기보다는 정전이란 표현이 맞는 거 같은데요?」 의사도 어느 정도 민희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눈치였다.

「근데 선생님 이름을 여태 모르네요.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최민혁이라고 합니다.」 뭐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최민혁’ 꽤 흔한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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