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는 그 동안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둔 것에 대해 보상이라도 받듯이 문성식과 관계를 맺었고, 문성식도 애초에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문성식이 유부남이란 사실은 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민희는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살고 있었기 때문에 비밀스런 둘의 관계는 그 어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두 사람은 민희의 집에서 연애를 즐겼다. 둘은 각자 다른 시간에 퇴근했다. 민희는 평소와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갔고 나중에 문성식이 자기 차로 민희의 집으로 갔다. 절대로 외식을 하진 않고 민희의 집에서 달 음식을 먹었다. 두 사람만의 시간이 지나면 문성식은 바로 집으로 갔다. 관계를 마치면 문성식은 바로 집으로 가는 것 그게 그녀가 제시한 룰이었다. 민희는 문성식과 연애를 하지만 자신의 공간에 오래 두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문성식은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완고한 그녀의 제지에 늘 바로 집으로 갔다. 그리고 질문 하지 않는 것도 그녀가 제시한 룰이었다. 민희는 과거의 그녀나 문성식 영역 밖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계는 식을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일단 둘 다 비정상적인 비밀스런 관계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 없는 법. 문성식은 조금씩 그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날 관계가 끝나고 문성식이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을 때 갑자기 민희가 문성식에게 질문을 했다.
「딸 예뻐요?」 갑자기 문성식의 딸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걸 말이라고. 세상에서 제일 이쁘지」 문성식은 딸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이쁜 딸을 상상하며 웃은 것도 인지 민희가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려고 하는 것이 좋아 웃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딸은 아빠를 사랑하겠죠?」 민희는 다른 생각을 하며 멍하니 질문을 했다.
「당연하지. 세상에 남자는 아빠 밖에 없지~ 근데 요즘 유치원에서 남자친구가 생겼다나봐」 문성식은 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질문은 던진 민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말에 집중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 가봐요」 민희는 더 듣기 싫은지 문성식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럴까. 내일 봐~ 오늘 고마워」 문성식은 그녀가 오늘 자기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한 게 조금 더 자기에게 다가 온 것 이라 생각하고 그런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좀 더 깊은 관계로 발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문성식이 나가고 민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에게 질문을 한 자신을 자책했다. 그녀 자신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자신이 점점 더 문성식에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 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열고 자신의 과거와 본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싫었다. 그녀는 자기답지 않은 모습에 실망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본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녀는 다음날 문성식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 문성식은 그녀의 이별 통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 식지도 않았고 관계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녀가 좀 더 자기에게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성식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민희는 그에게 이별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조차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민희의 태도는 문성식의 본래 모습을 들어내는데 불을 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