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식은 그녀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처음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찾으려고 했다. 유부남인 것은 원래 알고 시작했으니까 이별 사유는 아닐 것이다. 그녀만의 룰을 만들어 자신에게 요구한 것도 그녀였고,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늘 요구하는 것도 그녀였다. 이별의 기미도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성식은 그녀에게 명확한 이유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명확한 설명 없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또다시 거리를 두고 있을 뿐이다. 사무실에서는 개인적인 틈을 주지 않았고 퇴근 후에도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었기에 성식은 점점 답에 대해 갈구하기 시작했다. 이별의 답에 대한 갈망은 점점 민희를 향한 집착으로 변해 갔다. 사무실에서 노골적으로 민희의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며, 외근이나 갈 때 둘이서만 가려고 했다. 회의 때에는 프로젝트랑 상관없는 말로 그녀를 괴롭히기도 했다. 성식의 그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민희는 두 번이나 위경련으로 응급실 신세를 져야 만 했지만 민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민희가 그럴수록 성식의 민희에 대한 집착은 점점 깊어졌다.
성식은 민희에 대해 집착할수록 자신의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성식의 화는 그동안 성식의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던 성식은 갑자기 화가 많고 조급해진 팀장이 되었고, 집에서 온화했던 남편이 화가 많고 술에 절어 들어오는 날이 많아진 가장이 되었다. 점점 그는 망가져가고 있었다. 민희에 대한 갈망은 점점 깊어져 광기로 변해갔다.
며칠 후 성식이 딸 생일로 오후 반차를 냈다. 그는 가족 생일에 늘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일찍 들어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민희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집에 갔는데 문성식이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희는 그를 봤지만 그냥 지나쳐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성식은 그녀를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실랑이가 길어지자 옆집에서 누군가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민희는 그와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성식을 따라 그의 차로 갔다. 차에 민희를 태운 성식은 차를 급하게 출발했다. 잠시 후 차는 외진 곳에 도착했다. 창밖을 보니 한강이 보였다. 아무래도 한강 고수부지 중 하나 일 것이라 생각했다. 차를 세운 성식은 화가 난 어투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이유가 뭐야. 대체 왜!」
하지만 민희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 민희를 보자 성식은 더 화가 났다.
「어허 이제 나랑은 말하기도 싫다는 건가? 씨발 대체 너 따위가 뭔데 날 거부해!」
성식은 그녀에게 욕을 퍼붓고서는 강제로 키스를 했다. 하지만 민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일이 없단 듯이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만 있을 뿐이다. 민희가 반응이 없자 성식은 욕지거리를 하며 손으로 민희의 몸을 애무하듯 온몸을 만졌다. 이별 통보를 받기 전 성식의 애무에 격렬히 반응했던 그녀였지만 그의 손길에 가만히 있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성식은 더 화가 났다. 그는 화를 몸으로 품어 내며 성폭행하듯 그녀를 유린했다. 자신의 화를 성욕으로 풀어낸 성식은 잠시 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손길에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성식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에 후회와 난감함 그리고 겁이 났다.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건 민희였다.
「됐죠. 이제 정말로 끝이에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하고 차에서 내려서 낯선 그곳을 떠났다. 성식은 그 어떤 반응도 하지 못했고 한 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