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13

by Bullee

은혜는 남편과 연락이 안 돼 초조했던 차에 경찰까지 다녀가자 심란했다. 거기에 남편이 뺑소니로 수배 중이라니. 은혜는 이 모든 것에는 강민희가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강민희에 대해 처음 들은 건 지난해 남편에게서였다. 남편이 스카우트돼 팀장으로 간 팀에 독특한 팀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게 민희였다. 성식은 핸드폰으로 자기 주변 사람들 사진을 찍어 자신에게 보여주며 그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으로 본 민희는 은혜가 생각하기에 예쁜 얼굴로 인기가 많을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교류도 없는 철벽녀라는 것이다. 유난히 대화하기 힘들어 주변에 동료가 없는 타입인데 일은 진짜 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 동안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의 야근이 많아졌다. 팀이 요즘 잘 나가 일이 더 많아져서 어쩔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남편이 팀장으로 가자마자 팀이 잘 나간다니 좋은 일이었기에 은혜는 기분이 좋았다. 야근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식은 좋은 남편, 상냥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했기에 은혜는 성식의 야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피곤해서인지 퇴근하자마자 바로 씻고 잠드는 것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편했다. 남편과의 잠자리가 싫지는 않았지만 성식이 관계를 요구할 때는 귀찮을 때가 더 많았다. 성식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에 그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근이 잦아진 지 얼마 후 남편이 갑자기 변했다. 매일 늦게 들어오는 건 그대로지만 술을 안 마신 날 보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날이 더 많았다. 게다가 집에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횟수가 잦아졌다. 애지중지하던 딸에게도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은혜는 그가 걱정되었지만 말을 붙일 수가 없었다. 대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간혹 집안 일로 질문이라도 던지면 답변이 돌아오지 않고 무시당하거나 간혹 답변이라도 돌아오면 성의 없는 무관심 한 답변이 돌아왔다. 밤에도 무서웠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날이면 어김없이 은혜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바로 덮쳤다. 그리곤 자신의 욕구만 해결하곤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은혜는 갑자기 변한 남편이 너무나 무서웠다. 잦은 야근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해서 그런 거라 참았지만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가는 남편의 행동에 어찌할지 몰랐다. 그러던 와중에 딸의 생일이 돌아왔다. 연례로 가족 생일날에는 둘 다 반차를 무조건 내고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가족 간의 약속이었다. 한 번도 이 약속은 깨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딸 생일날 그 약속이 처음으로 깨졌다. 남편이 저녁이 돼도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은혜는 울다 잠든 딸을 침대에 눕힌 뒤 화가 난 마음을 추스르며 남편을 기다렸다. 그날 밤 남편이 들어왔는데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죽쳐진 어깨와 초점 없는 눈빛으로 마치 정신은 멀리 놔두고 육체만 집으로 온 것 같았다. 마치 좀비 같은 몰골로 들어온 성식 은혜를 못 본 듯 안방으로 들어갔다. 은혜는 화가 나 남편을 따라 들어갔지만 성식의 모습을 보고 놀라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성식이 침대에 기댄 채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혜가 성식에게 다가가니 성식은 미안하단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은혜는 그런 성식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성식이 안정되면 말해 줄 거라 그를 믿고 그의 옆에서 그를 위로해 줄 뿐이었다. 서럽게 울던 성식을 침대에 누인 뒤 은혜는 딸의 방에 가서 잤다.

성식이 들어와 울고 난 날 이후로 성식이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날 밤 그가 운 이유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날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자리를 피하거나 이야기를 돌렸다. 야근도 많이 줄어서 일찍 들어온 날도 많아졌지만 은혜와의 잠자리는 피했다. 성식이 출장으로 안 들어오는 어느 날 집에 택배가 하나가 와 있었다. 보낸 이는 적혀 있지 않았다.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서류봉투가 밀봉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사진이 있었다. 남편과 어떤 여자가 차에서 관계를 나누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날짜가 찍혀 있었는데 바로 딸의 생일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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