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15

by Bullee

은혜는 그녀에 대해 알아야 했다. 어떤 대단한 여자기에 자신의 가정을 뒤 흔드는지 말이다. 하지만 회사 홈페이지에는 그녀의 이름과 직책 그리고 담당 업무만 있을 뿐이었다. 인터넷, SNS를 다 찾아봤지만 그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주변인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녀의 연락처도 개인 연락처가 아닌 회사 자리 번호밖에 건지지 못했다. 은혜는 답답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자신의 가족은 지키고 싶었다. 가족에 남편이 포함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뺏기고 싶지는 않았다.

밤이 늦었지만 그녀는 침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가까스로 거실 소파까지 움직인 뒤 그녀는 지박령이라도 된 듯 밤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머릿속 상념들이 그녀의 뇌를 바쁘게 움직이는데 에너지를 다 써 버리는 바람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인지 그녀는 밤새도록 뇌를 헤집고 다니는 생각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요 며칠간 이상하게 변한 남편의 행동, 갑자기 많아진 야근 그리고 그날 그의 눈물 이 모든 것에는 분명 남편의 배신과 그녀에게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를 몰랐기에 온 갓 상상력이 다양한 시리즈를 만들어 냈다.

진동소리에 잠에서 깼다. 소파에 앉아서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 부재중 전화 때문에 전화를 한 걸 것이다. 시간을 보니 아침이었다. 은혜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와 통화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에 급하게 연차를 냈다. 사무실을 출근한 들 제대로 일을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차를 내고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번에는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드라마와 같은 일들은 자기와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 눈물이 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 은혜는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 세수를 했다.

‘차분해지자..’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그녀는 샤워 부스로 들어가 차가운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그녀는 조금씩 자신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자신이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스케줄을 정리했다.

모두가 출근했을 시간 어제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낸 그녀의 자리로 전화를 걸었다.

「강민희입니다.」 그녀였다. 은혜는 막상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망설였다.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대처했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여보세요?」 전화를 건 상대방이 아무 말도 없자 짜증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 안녕하세요..」 그녀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전화를 걸 용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첫마디를 꺼냈다.. 하지만 그녀의 첫마디에 민희는 대꾸가 없었다.

「김은혜라고 합니다. 문성식 팀장 와이프입니다.」 처음이 어렵지 막상 입술을 떼니 준비했던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대꾸가 없다. 그녀가 전화기를 들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여보세요?」 은혜는 확인 차 상대방을 불렀다.

「네. 말씀하세요」 사무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은혜는 화가 올라오는 것을 참고 최대한 차분히 말을 했다.

「좀 봤으면 하는데요」 은혜는 목적부터 이야기했다. 말을 많이 해봤자 쓸데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가 만날 이유가 없는데요」 역시나 예상했던 답변이다.

「제가 어떤 사진을 가지고 있어요. 그쪽이 나온...」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아까와 다른 느낌의 침묵이었다. 은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됐다..’‘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무슨 소린지... 무슨 사진을 말하시는 건지..」 사실 확인을 하는 것 같다.

「남편이랑 그쪽이 차에 같이 있는 사진..」

「사진.......」 상대방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말하기 심각하게 거북한 아주 추잡한 사진...... 」

은혜는 말하면서 화가 올라왔지만 이미 주도권이 자기에게 넘어온 이상 흥분하지 않았다.

상대방은 다시 침묵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네요. 오늘 오후에 보는 걸로 하죠. 시간과 장소 정해서 알려줄 테니 연락처 주시죠.」 은혜는 상대방이 불러주는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하고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일단 오전 승부는 그녀가 생각하는 대로 흘렀다. 주도권도 가져왔다. 왠지 승리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과 약속 장소를 정한 뒤 민희에게 통보하 듯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는 곧 다가올 이 차전을 준비했다.

은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아름답게 꾸몄다. 드레스 룸 한 구석에서 죽어가던 백도 꺼내 들었다. 집을 나서기 전 선발 출전하는 선수처럼 전신 거울을 보며 자신을 점검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래간만에 신발장에서 꺼낸 하이힐을 신고 승부 장소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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