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준비하고 있는 준호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준호 형사님이시죠?」
「네 제가 이준호인데 누구시죠?」
「아. 전에 한번 뵀었는데. 성심병원 전문의 최민혁이라고 합니다. 강민희 씨 대신 연락하는 겁니다.」
「강민희 씨라면....」
「네. 뺑소니 사고로 입원하신..」
「아네. 압니다. 」
「급하게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문성식이 나타났습니다.」
「네?」
준호는 문성식이 나타났다는 소리에 바로 병원으로 갔다.
복도를 지나 강민희 병실로 향했다. 강민희 병실 앞에서는 경찰이 간호사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마 문성식이 나타났을 때 112에 신고를 했었나 보다. 입구 쪽에 있는 경찰에게 신분을 밝히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강민희는 누워 있었고 전화를 걸었던 의사가 그녀 옆에 서 있었다. 의사는 들어오는 준호를 보자 살짝 눈인사를 했다. 그녀는 잠들어 있는 것 같아 조용히 의사에게 말을 걸었다.
「잠들었나요?」
「네 아까 문성식이 나타났을 때 잠깐 기절하고 깨어났는데 너무 불안해 보여서 안정제를 투여했습니다.」 「문성식이 나타났다니 어떻게 된 일이죠?」
「저도 처음부터는 잘 모르고, 비명소리가 나서 왔더니 웬 남성이 그녀 옆에 서 있더군요. 그녀 비명에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사내를 민희 씨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했더니 도망갔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고요.」
「인상착의는 어땠나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도 하고 있어서 얼굴은 못 봤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문성식이란 걸 아셨죠?」
「저야 뭐 원래 문성식이란 사람 얼굴도 모르지만, 민희 씨가 잠깐 깨어났을 때 문성식이라고 하더군요.」
민혁의 말에 준호는 의아한 듯 그를 쳐다봤다.
「아. 그녀가 눈은 안 보이지만 다른 기관은 멀쩡하거든요. 그의 향수 냄새를 맡았다고 하더군요.」
「향수 냄새요?」
준호는 혼잣말을 한 뒤 둘 사이에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민혁이 잠시 고민했다.
준호는 서두르지 않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오늘 오전에 문성식 부인이란 분이 찾아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갔습니다.」
「그것도 민희 씨에게 들으신 건가요?」
「아뇨. 굳이 듣지 않아도....」
민혁의 말에 준호는 대충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그렇군요. 그런데 보니까 지금 민희 씨랑 이야기를 나눌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혹시 뭐 또 다른 건 없나요?」
「아. 민희 씨가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이야기할 게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어렵겠네요. 혹시 내일 오실 수 있으실까요?」
「아. 내일은 좀 어려운데... 모레 방문하는 건 어떨까요?」
「그럼 그녀에게 그렇게 이야기해놓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찰에게는 병실 보호 요청해 놓겠습니다.」
「아뇨. 민희 씨가 병실앞에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게 불편하다고 하시네요. 경찰이라도...」
「아 그렇군요. 그럼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 주세요.」
준호는 그렇게 병실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