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20

by Bullee

민희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다기보다는 의식이 돌아왔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이 고요한 걸 보니 밤인 것 같다. 눈이 안 보이지만 주변 분위기로 밤낮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평소 느끼는 분이 기와는 뭔가 달랐다. 고요한 공기의 흐름 속에서 낯선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하루 그녀는 공포와 싸우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썼기에 소리칠 힘도 그렇다고 상대방에 저항할 힘도 없었다. 그냥 체념하고 누워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겁이 나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낯선 시선으로만 느낀 존재가 말을 했다.

⌜괜찮으신가요?⌟

낯선 시선의 주인공은 최민혁이었다. 민희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다. 민희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전에 왔었던 그 형사분이 아까 왔었습니다. 내일은 힘들고 낼모레에 다시 온다고 하네요.⌟

민희는 고개만 끄덕였다.

⌜오늘 힘든 날이었죠?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은 아니죠?⌟ 평소 그 답지 않게 감성적인 말을 한다. 계속 고개만 끄덕이기 미안했던지 민희는 그의 말에 답을 했다.

⌜그럼요. 겨우 이 정도로 그날에 비교할 수 없죠. 그래도 조금 힘드네요.⌟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조금은 편해질 거예요.⌟

민혁은 조금은 뻔하고 식상한 말로 그녀를 위로했다.

⌜제가 정신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사니까 어떻게 좀 도와드릴까요?⌟

⌜정신과 상담해주시기엔 너무 식상한 멘트만 하시는데 믿을 만 한건 가요?⌟

민희가 살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전에는 그의 무뚝뚝한 말이 그녀에게 힘을 줬다면 지금은 그의 감성적인 말이 그녀를 위로해주고 있다.

⌜사실 상담 쪽으로 해볼까 해서 주변 사람들 상담을 해주려고 했지만, 아무도 저에게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어쩌다 한번 받는 분들도 다시는 저에게 안 오시고.. 아무래도 제 적성이 아니다 싶어서 포기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역시나 안 하길 잘했다 싶네요.⌟

⌜거 봐요. 돌팔이 맞네요.⌟ 그녀는 첫날 그에게 자기가 소리쳤던 걸 떠올리며 농담을 던지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 했다.

⌜틀린 말 같지 않아 조금 뜨끔하네요⌟ 그도 그녀의 말속에 숨은 뜻을 이해하고는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상담하기에는 제가 돌팔이 같고.. 그럼 서로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야기... 오랜만이네요. 누군가 이야기해보는 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조금은 덜 돌팔이 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힘들었던 거 이야기하면서 누가 더 힘들었는지 해볼까요?⌟

⌜무슨 배틀한 것도 아니고... 힘든 걸 이야기해서 뭐가 좋다고..⌟

⌜아니에요 나름 도움이 돼요. 자기 안에 있는 걸 뱉어 내는 거죠. 왜 속에 안 좋은 음식이 들어가면 구토가 나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뱉어 내면 한결 편할 거예요.⌟

⌜그러기에는 너무 초면 아닌가요? 깊은 속 이야기까지 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뭐 얕은 겉 이야기만 하죠.⌟

⌜그게 뭐예요.. 역시 돌팔이.... ⌟ 민희는 말로는 그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민희는 지금 믿고 기댈 수 있는 건 그 밖에 없다고 느꼈다.

⌜그럼 일단 가벼운 것부터.. 아까 여기 있던 남자. 제가 사귀던 남자예요. 그리고 오전에 왔던 여자는 그 남자의 와이프고.⌟

⌜뭐.. 오전에 왔던 여자는 굳이 말 안 해도... 아마 지금 쯤이면 병원 사람들이 다 알걸요. 그리고 남자는 조금 반전이네요..⌟ 민혁은 살짝 웃으면서 반응을 했다.

민희는 솔직한 그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긴 밤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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