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원래 그래요?」
「뭐가요?」
「본인 성격. 남들이 이상하다고 정의 내린 성격이요.」
「이상한가요? 다른 사람과 얽히는 게 싫어서 거부하는 거요?」
「전혀요. 하지만 세상은 그게 이상하다고 하잖아요.」
「왜 굳이 세상을 신경 써야 하죠? 내 몸 하나 버티기도 힘이 드는데」
「맞아요. 나도 힘든데 왜 다른 사람들 관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거죠?」
「아. 그리고 난 원래 이랬어요. 어릴 때부터. 주변에 아무도 없었죠. 어릴 땐 그래도 한두 명 있었는데 결국은 다 날 떠났죠.」
「그렇구나. 난 원래 그러진 않았어요. 어릴 때는 그래도 친구들도 많았는데....」 민희는 이야기를 더 이어갈지 고민했다.
「괜찮아요. 꺼내기 힘든 말을 굳이 꺼내려고 노력하지 말아요. 지금 상태로는 힘들 거 에요.」
민혁은 민희 망설임을 알아차렸다.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내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그래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몰라요.」
「누군가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면 돼요.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획서처럼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PT처럼 잘 꾸며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말은 그저 도구일 뿐이에요. 머릿속 의식을 밖으로 쏟아내는 그러니까 그냥 생각의 흐름에 맡겨요. 편하게 말하면 돼요.」
「다들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하는데, 편하게 한다는 게 뭐죠? 긴장을 풀고 몸의 힘을 빼면 되는 건가요?」 민희는 마치 자신이 편함의 감정을 잃어버렸다는 듯 항변했다. 아니면 그에게 좀 더 기대고 싶어 응석을 부리는 것일지도.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 에요. 그냥 몸이 움직이는 대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하는 거예요.」
민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손을 잡아줬다. 민희는 그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다. 민혁의 손은 그녀가 예상한 대로 따뜻했다. 민희는 세상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옆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왠지 그러면 그녀의 모든 걸 받아줄 것 같았다. 지금의 자신도 과거의 자신도 말이다. 그녀는 왠지 그에게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매일 자신을 좀 먹고 있는 그 이야기를 말이다.
「아까 이야기했죠. 난 원래 안 그랬다고... 」 민희가 드디어 용기를 냈다.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은데 오늘은 너무 늦었네요.」 민혁은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둘만의 시간을 끝내려고 했다.
「왠지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우린 아직 시간이 많아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자요..」
신기하게도 민혁의 말이 주문인 양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민희는 잠이 왔다.
민희의 어젯밤 기억은 거기 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