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24

by Bullee

누가 봐도 간단한 뺑소니 사고였다. 게다가 목격자도 있어 범인도 누군지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범인은 사고 나기 전부터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준호는 이 사건이 단순한 뺑소니 사고라는 가정을 수정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어제 뺑소니의 주범인 문성식이 병원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병원에서 어제 CCTV 영상을 받았지만 크게 쓸모는 없었다. 누군가 나가는 모습은 찍혔지만 얼굴은 찍히지 않아서 문성식인지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의사 말로는 피해자가 그가 자주 쓰던 향수 냄새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는 향수 냄새 만으로 확신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내일 가서 직접 물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성식 부인이 난리를 치고 갔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문성식 부인은 피의자의 부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문성식 부인이 강민희에게 찾아와서 사과를 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오히려 피의자 가족이 더 난리를 치고 갔다. 분명히 강민희와 문성식 사이에는 뭔가가 있다. 그래서 아마 부인이 그녀를 찾아왔을 터. 지난번 부인을 만났을 때 아무래도 이야기를 다 꺼내놓은 건 아닌 것 같다. 내일 강민희를 만난 뒤 그녀도 다시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사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점점 복잡해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사건은 으레 그 끝이 좋지 않았다. 왠지 찜찜했다. 그러던 차에 문성식 차에 대한 메일을 받았다. 어제 문성식 차가 경기도 외곽에서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아 자료 공유를 요청해놨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제 병원에서 도망친 뒤 그곳에 차를 버렸으리라. 하지만 어제 병원 출입한 차량에는 문성식 차량번호가 찍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근처에 차를 두고 들어 간 것일 수도 있으니 그 무엇도 확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차에는 크게 그의 행적을 알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초동 보고서라 자세한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나올 터. 크게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문성식을 찾기는 더 힘들어진 것 같다. 그렇게 차를 버렸다는 건 더 찾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뭔가 맥이 빠지는 사건은 정말 싫다. 차근차근 증거물들을 취합해 범인을 특정하고 잡고 사건의 개요와 맥락을 푸는 게 형사의 일이라고 준호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경찰이 되어 수사과에 배정돼서 형사가 되어보니 일단 부딪치는 게 일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부딪치다 보면 어느 정도 그가 생각했던 형사의 일이 됐지만 이번 일은 부딪칠 껀덕지부터가 없었다. 답은 알지만 답을 적는 란이 없다는 느낌이랄까? 일단 내일 피해자를 만나면 뭔가 부딪칠만한 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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