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sight28

by Bullee

준호는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은 가해자인 문성식의 차만 발견했을 뿐 그 이외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엊그제 병원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로는 문성식과 강민희 사이에는 뭔가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다. 오늘은 그것에 대해 들어야 할 것 같다. 때에 따라서는 문성식 부인도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한 게 있다. 사고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지만 그녀가 직접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 의사를 통해서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앞이 안 보인다고 해도 어느 의사가 환자 대신 형사에게 전화를 한단 말인가? 단순히 친절하다고 설명하기는 뭔가 있다. 하지만 일단은 강민희를 만나서 머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준호는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오셨군요.」 의사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둘러봤다. 피해자는 여전히 누워 있었고 구석에 웬 중년의 여성이 존재감 없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민희는 무미건조하게 인사를 했다.

준호는 구석의 여자가 누구인지 의사에게 말없이 눈짓으로 물어봤다.

「아 저분은 오늘부터 오신 간병인이신데 곧 나가실 꺼라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중년의 여성은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아. 간병인을 쓰기로 하셨군요. 근데 핸드폰은 아직 없으신가요? 아 , 의사 선생님을 통해서 연락하는 것도 불편하실 것 같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을 주셔야 하니까요.」

「아직까지는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서요. 근데 저 때문에 민혁 씨가 불편한 건 생각 못했네요. 곧 퇴원하니까 나가면서 장만해야겠죠.」

준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의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놀랐다. 며칠 안됐는데 서로 이름을 부르는 사이까지 된 건가?

「저는 괜찮습니다. 뭐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도 아닌데. 부담 가지지 말고 부탁해요.」

의사도 그녀가 이름을 부르는 것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들었는데?」

준혁은 그녀의 이야기를 우선 듣기로 했다.

「아. 네 제가 그때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해서요. 사실 별거 아니 긴 해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수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이야기도 상관없습니다.」

「저랑 문성식 팀장 관계 말인데요. 사실 잠깐 만났던 사이예요.」

「잠깐 만났다고 하면? 불륜관계였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뭐,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들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뭐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라서 깊은 관계도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이미 끝난 사이 라 굳이 말 안 했죠.」

「헤어진 건 언제시죠?」

「그게 며칠 안됐어요. 헤어지자고 한 건 저였는데 그 이후에도 그는 집착이 심했어요. 뭐 저에 대한 집착인지 아니면 차인 걸 인정 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동안 제가 고생 좀 했어요.」

「이별에 앙심을 품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괘 괴롭힘을 당하긴 했는데 어느 날부터 괜찮아졌어요. 괴롭히지도 않고 이별을 받아들인 느낌이랄까? 아마 부인이 불륜사실을 알게 돼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문성식 부인도 알고 있었다는 건가요?」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저를 찾아왔어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을 들고 와서는 따지더라고요.」 「병신같이. 이미 헤어진지도 모르고 말이죠. 그런데 뭐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은 했어요. 그게 이번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준혁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두 사람이 불륜 관계였다는 건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별’, ‘집착’, ‘부인의 협박’ 이런 건 예상 밖의 단어였다. 만약에 그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사건에 대해 좀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

「그때는 왜 이런 이야기를 안 하셨죠?」

「뭐, 아까도 말했잖아요. 이미 끝난 사이인데 굳이 만났다는 걸 이야기해야 했나 싶어서요. 게다가 뺑소니 사고고 범인도 이미 아는데요 뭐」

「단순 뺑소니와 살인미수 와는 다른 겁니다.」

준혁은 사건이 진행되지 못한 것을 그녀 탓인 양 쏘아붙였다.

「말했어도 뭐가 큰 진전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래서 문성식은 어디 있죠? 사건 해결은 되는 건가요?」 그녀는 준혁의 말이 약간 거슬렸는지 언성이 높아졌다.

「차는 발견했는데......」

준혁은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퇴원하고 싶어도 그 사람이 밖에 돌아다니는 이상 맘 편하게 퇴원하겠냐고요. 병원에도 왔던 사람이 집이라고 안 올까 싶네요.」

「퇴원하면 경찰이 보호해 줄 겁니다.」

「경찰.. 뭘 믿고..」

그녀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았다. 준혁은 더 있어 봤자 이득 되는 게 없을 것 같았다.

「혹시 말씀 안 하신 게 더 있나요?」

「이게 끝이에요. 더 할 말은 없네요.」

「근데 아까 두 분 사진이라고 했는데 혹시 누가 찍었는지 아시나요?」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문성식이나 그 와이프에게 물어보세요. 누가 어떻게 찍었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더 볼일 없으면 그만 가시죠.」

준혁은 왠지 그녀에게서 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더 말을 해줄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혹시라도 또 말 안 한 게 기억나시면 연락 주세요. 아 그리고 핸드폰 장만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봐서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준혁은 의사에게 눈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준혁은 병원을 나온 뒤 바로 문성식 집으로 향했다. 문성식 부인도 불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 걸 봐서는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에 그녀는 없었다. 아니 없는 건지 응답을 안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벨을 눌러도 안에서 답변은 없었다. 준혁은 급하게 그녀의 번호를 수배해 알아낸 뒤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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