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청년들에게 헤르만 헤세가 주는 용기
사실 2번 읽었다. 한 번 읽고 '오.. 뭔가 좋은데'싶다가도 이해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것 같아서 또 한 번 읽었다. 곱씹을수록 위로가 되는 책인 것 같다. 불안한 시기를 걷고 있는 나 같은 청년들에겐 특히나 더.
책의 주인공이 데미안일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다. 화자이자 주인공은 싱클레어이다. 책에는 싱클레어가 겪는 청년기의 내적 고민과 방황이 섬세하게 담겨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도자의 역할을 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하며, 끊임없이 자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직 자아를 형성하기 전, 싱클레어는 밝은 세계(선)만을 갈망했다. 이때의 밝은 세계는 오로지 따뜻한 가족이었으며 싱클레어는 그들에 의존적이었다. 그러나 점차 어두운 세계(악)에 발을 들이고 또 이를 베아트리체라는 사랑의 대상을 통해 스스로 극복해내면서 자신만의 밝은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남긴 쪽지에 나오는 그 유명한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이다."를 싱클레어는 스스로 입증해낸 셈이다.
어쩌면 싱클레어를 청소년기에 괴롭혔던 크로머, 두 번째 인도자 피스토리우스, 싱클레어를 믿고 따랐던 크라우머, 그리고 데미안까지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싱클레어의 내면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서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라고 써져있듯이 이 모든 등장인물들을 만나면서 싱클레어는 그들과 동화되기도 했다가 저항하기도 했다가 마지막엔 자신을 비춘 거울에서 데미안을 목격하게 된다. 많은 인물들을 싱클레어가 거쳐가는 서사는 수많은 불완전한 자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데미안처럼 완전한 자아로 거듭남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곱씹어볼 만한 문장들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 "그는 사랑을 했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리기 위해 사랑을 했다."라는 문장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대상을 사람 이외에 꿈이나 직업 학업 등에 확장해도 성립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줄도 모르고 혹은 신념을 어그러뜨리며 달린 적이 있다. 내 꿈과 사랑을 위한 행위가 정녕 나를 향하진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잃지 않는 용기와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자아, 개성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사춘기를 아주 심하게 앓지 않은 사람으로서 싱클레어의 고민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자아를 형성해나간 것까지도. 바쁜 것에 심취해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놓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삶의 변곡점에 부딪힐 때 사건의 해결에만 몰두하지 않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찾아 나가야겠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고전이었다. 새롭게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롭게 읽히는 걸 보아하니 두고두고 또 읽힐 운명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