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이별 후에

by 버미

어쩌다가 일 년이 다 되었네. 시간 참 빠르다.
당신과 이별한 후 나는 기쁨의 정 반대편 모든 감정을 다 겪어봤다.
사실 나한테 그런 감정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기쁨, 사랑, 행복함에서부터 슬픔, 우울, 화남까지 모든 스펙트럼의 감정을 당신 덕분에 알게 되었다.
이 시점에 오니까 드디어 감정을 빼고 당신과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너는 내 탓을 하며 나를 미안하게 만들었다.

끝까지 우리 관계에서 퍼주는 것은 당신이고 받는 게 나라고 생각했으나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고 받았던 거다.

그러니까 계속 연애를 해나갔던 거고.
정이 아닌 사랑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린 잘 헤어졌다. 더 이상 그러한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 계속 끌고 가는 건 서로에게 독이 될 뿐이었다.
깨끗하고 즐거운 마무리인 줄 알았던 그 마지막이 알고보니 정 반대였다.
그러나 당신과 보냈던 모든 날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가끔씩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두며 내 머릿 속 깊고 깊은 방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겠다.
이별 그 순간까지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은 그냥 두겠다. 이제와서 이해가 간다고 해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 됐기에.
잘 지내면 좋겠다. 대신 내 눈과 귀에 닿이지 않는 곳에서.

맨날 나만 당신에게 잘 지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도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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