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
집을 나서고 들어오는 시간에 나는 활기참을 목격한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시장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그 곳의 상인들의 아침은 그 누구보다 빠르고 그들의 밤은 누구보다 느리다. 시끌벅적하지만 사람내음나는 이곳이 정겹다.
그런데 한 날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리가 너무 깨끗했다. 분명 아침까지는 있었는데, 찻길 옆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천막이 있던 몇몇 공간은 빈 공간이 되어 있었다. 한 할머니가 열 시를 훌쩍 넘긴 시각에 느릿느릿 장사하던 천막을 치우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할머니께 "할머니 뭘 좀 도와드릴까요?" 라고 말을 건넸지만 "됐슈"라는 짧은 한마디만 돌아왔다. 어쩔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마음이 왠지 찜찜하다.
그 날 아침 다시 그 길을 걸었다. 천막은 더 사라지고 도보가 거의 두배가 됐다. 아침을 움직이던 시장의 활기참도 느낄 수가 없었다. 문득 추워진 날씨 탓인지 더 쌀쌀해진 기분이다.
88올림픽이 갑자기 생각난 건 왜인지.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 맞추려고 정부는 판자촌을 싹 밀어버렸다. 보기 싫은 것은 눈에 안 보이게 하면 그만이니깐. 보이지 않는 곳의 삶은 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삶이니깐.
미관과 보행권을 이유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났다는 소식을 요즘엔 더 자주보게 된다. 지자체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그 속 깊은 이야기까진 모르겠으나 떠나야만 하는 이들에게 추워지는 계절에 안녕한지 묻고 싶어진다. 넓어진 도로를 보는 것이 휑하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 기억하지 않으면 원래 넓었던 도로처럼 느껴지겠구나'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기록에 남긴다.
살기 더 팍팍해지는 요즘 혹자의 삶의 터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진짜 피치못할 이유로 그래야만 한다면 혹은 그럴 필요가 있다면 그래도 아예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조금의 수정을 겪더라도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