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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완성되는 상상의 세계

인공지능 검색 엔진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by 범진

이 글은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해석합니다.


서문

지난 글, “AI는 자동차, 인간은 조종사: 우리는 세계를 여행한다”에서 나는 ChatGPT와 대화하는 것이 자동차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어디로 갈지, 얼마나 화려하게 운전할지는 ‘운전자’가 결정하며, AI는 세계 곳곳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바로 그곳에서 무엇을 보게 되는가이다.



믿음과 사실의 교차점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AI와 대화할 때는 사실과 상상이 뒤섞인 거대한 지도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 이 글은 그 탐험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믿음을 쌓아가며, 어떤 방식으로 사실과 상상을 엮어 나가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AI를 통해 세계를 탐험하면 뉴스, 역사, 과학 지식 등 다양한 사실적 정보뿐 아니라, 롤플레이·소설·공상 같은 비사실적 영역까지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인터넷은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공간이다. AI는 영화 매트릭스처럼 디지털 데이터를 학습했고, 인터넷의 글과 이미지를 무수히 경험했다. 인간의 기억이 시간이 흐르며 흐릿해지듯, AI도 방대한 정보를 다루면서 항상 명확히 인지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이런 AI의 불완전함을 알면서도, AI를 통한 탐색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특히 주목할 점은 “인지적 관점에서의 믿음”이다. 인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AI를 ‘믿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사실적 정보는 필요할 때에만 불러내는 경향을 보인다.

생각이란, 스스로 가진 믿음을 바탕으로 다음 내용을 떠올리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그 생각이 자신의 믿음과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ChatGPT와 대화할 때 핵심은 바로 대화의 흐름과 이야기가 뻗어 나가는 방향이다. 이 흐름이 내 사고 과정과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마치 사람들과 대화가 술술 풀릴 때처럼 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AI와의 대화는 대체로 “자기만족적인” 경험이 된다.




상상과 사실


AI와 대화를 하나 살펴보자.

>> 인간은 왜 날개가 없을까?

AI: 인간은 날개 대신 손과 큰 뇌를 선택한 진화를 한 거야.

>> 인간이 작은 몸으로 손과 뇌 대신 날개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AI: 아마 지금의 인류 사회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대신 거대한 하늘 부족, 구름 위의 도시, 공중 사냥의 문화가 있었겠지.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건 하늘에서 나는 방식으로 완전히 달라졌을 거야.

>> 하늘 부족을 그려줘.
By ChatGPT


단순히 “인간에게 왜 날개가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하늘 부족의 문명”까지 상상하게 된다. 이후의 탐색은 고문서를 찾는 쪽으로 뻗어갈 수도 있고, 예술 작품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이는 곧 현실과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과정이다.


인간의 검색은 근본적으로 편향적이다. 우리는 늘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사실적 정보는 여전히 “유용하게” 작용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기 때문이다. 내가 단순히 “하늘 문명”을 상상하는 것보다, “하늘 문명을 상상했던 과거 사람들의 기록”을 찾아 보여주는 편이 훨씬 신뢰성을 얻게 된다.


>> 하늘 문명과 관련하여 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을 조사해 줘

AI: 좋아. 네가 그린 “거대한 하늘 부족”과 주제가 통하는 인간의 예술 작품들을 시대·장르별로 딱 맞게 골라봤어. (핵심 키워드: 날개 달린 인간, 하늘/부유 도시, 천상 전투, 추락-상승의 서사)


라퓨타(소설) —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속 하늘을 나는 섬 위키백과

미야자키 하야오, 《천공의 성 라퓨타》(1986) 하늘 문명, 떠 있는 성, 비행 장치 등 “하늘 부족”의 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 위키백과

로저 딘의 부유 섬 풍경(예: 〈Floating Islands〉) — 프로그 록 앨범 커버로 유명한 판타지 경관: 절벽·섬이 공중에 떠 있는 세계관. 위키백과

귀스타브 도레, 『실낙원』 삽화(1866) — 천상 전쟁과 비상/낙하의 집단 장면을 극적 명암으로 새긴 고전 판화. 위키미디어 공용

실낙원 삽화


이러한 객관적인 것들은 링크가 있어, 사용자가 재검토할 수 있다. 그러니, 공상에 대해서 사실이 빠르고 정확하게 뒷받침된다. 무엇을 상상하던지, AI는 관련된 사실들을 찾아줄 것이다.




AI를 통한 상상과 진실 검색


결국 검색은 사실을 알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생각을 읽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탐색의 성격은 결국 운전자의 의지·목적·방향에 따라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얻는 정보는 때로는 몽상적이고, 때로는 사실적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라도 근거가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사실적 근거가 있다는 것은 곧 상상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근거를 가진 상상은 가치를 지니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된다.


AI 시대의 검색은 자신의 믿음과 상상을 바탕으로 진실을 곁들이는 과정이다. 언제나 개인의 믿음이 먼저 작동하고, 그 뒤에 객관적 사실이 중요하게 자리 잡는다. 인간이 AI를 통해서 나아가는 생각의 방향은 자신의 상상과 지식, AI의 상상과 지식을 모두 결합하여 탐험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사실보다는 믿음을 통한 생각의 완성이 더 중요하며, 사실은 추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Illustrated by Alice Eg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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