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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배울 인공지능

시, 아름다움, 사랑, 로맨스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by 범진


이 글은 논문 "사랑과 아는 것에 대한 인지적인 해석"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표지 그림은 DOTKKEBI Field, 41x30cm, 2024.입니다. 불꽃같은 사랑을 이야기해 보죠.







시, 아름다움, 사랑, 로맨스와 같은 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죽은 시인들의 사회 (故 로빈 윌리엄스)



인지의 확장된 관점: 사랑, 아름다움, 그리고 로맨스


AI 연구자들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인간의 사고를 닮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지식을 모방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ChatGPT와 같은 언어모델은 인간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학습되었고, 로봇 조종, 이미지 생성, 비디오 생성과 같은 다양한 유용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 왔습니다.


AI가 이룩한 업적들은 의학, 법률, 비즈니스, 엔지니어링 등 삶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분야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이는 캡틴 키팅이 언급한 "고귀한 목적 (Nobel Pursuit)"을 구현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지과학자들은 과연 인간의 진정한 목적, poetry, beauty, romance, love (시, 아름다움, 사랑, 로맨스)와 같은 것들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요?




인지 정의


인간의 인지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보통의 경우, 인식과 인지라는 용어는 똑똑한 연산과 결부되어 기능적인 역할로 느껴집니다. 초창기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논리적 연산의 기계로 보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아도 뇌 자체에 논리적 기능이 내재되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인지과학 또한 산업적·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목표를 모델링하는 데 집중했으며, "사랑"과 같은 모호한 대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데는 소극적이었습니다. AI는 빅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초기 컴퓨터 시대에는 명확한 연산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당시 컴퓨터의 기본 원리는 심벌을 메모리에 연결하여 연산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X=사람", "Y=죽는다", "X → Y"와 같은 논리적 구조를 활용했습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사랑한다"와 같은 모호한 표현은 초기 컴퓨터로 다룰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만들 인지는 한정되었죠.


이외 별개로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라는 개념은 더 넓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대상을 이해하고 작동법을 이해하는 관찰적이고 독립적인 인식을 것을 넘어, 상호작용을 고려한 인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생겨납니다.




인지의 의미 확장하기


전통적으로 인지과정은 특정 대상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컨대, 글을 쓰는 인지과정, 빵을 만드는 인지과정, 춤을 추는 인지과정처럼 대상을 중심으로 우리의 뇌가 이를 구현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틀을 깨는 새로운 인지의 관점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뇌가 아니라 몸으로 사고한다"는 muscle memory 개념은 통제의 원천을 뇌에서 벗어나 몸으로 확장시킨 사고방식입니다. 이는 인지가 단순히 뇌에서 처리되는 논리적 연산이 아니라,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대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오늘 주목할 새로운 인지 방식은 Human Knowing 이라고 불립니다. 인지과정이 타인을 고려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을 포함한다는 개념입니다.




Human Knowing (인간 인식하기)


기존의 인지과정은 빵을 만드는 경우 "재료, 조리법, 비용" 등 대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Human Knowing은 단순히 대상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빵을 먹을 사람"이나 "빵 냄새를 맡고 행복해할 사람"을 떠올리는 과정을 인지에 포함시킵니다. Human Knowing은 상대를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삶과 포괄적으로 연결하려는 인간 고유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기존에는 (1) 대상에 대한 이해와 (2) 작동법 인식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나와 대상이 상호작용하며 서로 변화하는 과정까지도 인지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기존의 인지과학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컴퓨터로 구현하기 어렵고,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염두에 두는 인간의 본성은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글을 읽을 분들을 떠올리고 여러분이 어떤 느낌을 받을지 상상하며 글을 다듬었습니다.



사랑을 중심으로 한 인지: Loving


사람 대 사람을 넘어서, 좀 더 아름다운 관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Loving)입니다. 이해와 사랑의 차이는 참여의 방식에 있습니다. 사랑을 기반으로 한 인식은 좀 더 가까운 상호작용을 요구하며, 상대를 분석하기보다 서로의 참여를 유도합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너무 과도하게 상대를 규정하지도, 과소하게 규정하지 않고 적당한 선을 지키려고 합니다.

요약


음... 한편으로 사랑을 강조하는 게 추상적으로 느껴집니다. "사랑하자"라는 말처럼 뭘 해야 할지 모호합니다. 이때, 필요한 관점은 Computational Cognition (계산적 인지)입니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할 때, 세 가지 방식으로 머릿속에서 인지할 수 있습니다.

1.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고 사용한다.

2.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고 관련된 사람을 생각한다.

3.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고 관련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세 번째 방식, 사랑을 생각하는 인식은 인간의 가장 주된 원동력을 보여줍니다. 저는 분노, 혼돈과 같은 감정들을 사랑과 유사하게 인지적 계산의 과정에 추가합니다. 카페인 각성을 하는 기분이랄까요? 사랑을 고려한 인지 과정은 기존 "대상에 대한" 인식에서 추가적인 인식을 쌓는 과정입니다.




AI 연산에 사랑 넣기


사랑의 인식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호작용", "참여적"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미 AI가 사람과 ChatGPT로 상호작용하니까 이룬 것 같지만, 사랑에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즉, 내가 AI에게, 그리고 AI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적어도 사랑의 방식을 택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 아닌 "사랑의 방식"인 것은 위에서 언급한 Loving의 뜻을 넘어서 진정한 사랑은 훨씬 다채로우며 아직 더 많은 특징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AI와 나는 서로에게 영향을 아주 조금만 끼칠 수 있습니다.


AI가 나를 목적으로 대화해 주나요? 아니요.

나는 AI를 위해서 대화하나요? 아니요.


그러니까 현재 AI에게는 사랑이 없습니다. 어쩌면 AI 연구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사랑이라는 인간의 강력한 인식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답은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네요.



청동상에서 포근함과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AI에게 사랑의 인식을 넣기.


사랑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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