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따뜻한 봄날을 느낍니다.
"이제 봄인 것 같아!"
"무슨 말이야? 봄은 한참 전에 왔어."
"그러게요 날이 참 좋네요"
"조금 있으면 벚꽃 떨어지면 금방 여름 온다."
"시간 빠르다 그렇죠?"
봄의 초입 어느 날 언제 이렇게 고개를 빼꼼 내놓았는지 모를 목련을 보았다.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자각(自覺)할 때쯤 눈 깜짝할 사이에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어느새 만개(滿開)를 한 벚꽃을 볼 수 있었다.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완연한 계절의 변화는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무척이나 달래주었다.
출근해서 업무용 컴퓨터 전원 켜며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오는 사이에 창문을 바라본다. 창문 너머로 볼 수 있는 초록 잎사귀와 간간히 날리는 벚꽃잎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소소한 행복을 준다. 기지개를 쫘악펴고 오늘도 도 파이팅 해 보자라고 주문을 외우고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따뜻한 햇살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여러 가지 형용색색의 봄꽃들은 우리가 알든 알지 못하든 여러 사람에게 행복감을 준다. 어린 시절 꽃과 나무는 주변에 뒷배경처럼 관심을 두는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이 자리에 저 뒤편에 있고 자연스레 존재하는 사물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어린 시절보다 더 차츰 나이가 들어가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니 정확히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여러 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가 새싹과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꽃봉오리들이다. 문득문득 그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예쁘게 보이던지.
아마도 혹독한 추위와 바람, 기타 여러 고난을 극복하고 단단한 껍질을 뚫으며 활짝 기지개를 펼칠 생명의 끈질김이 우리가 사는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일까? 그렇다면 때가 되면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내게도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오지 않을까? 계절이 항상 멈춰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 그렇게 봄은 다시 돌아왔다. 포근한 햇살이 따끔거린다고 느껴질 때 다시 여름을 생각하겠지만 오늘같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에 집에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집 문 밖을 나서 커피 한 잔, 차 한 잔 하며 봄날의 완연한 기운을 느껴보자.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