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앞으로 향하는 삶만이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by 부르크쓰

나이가 들며 조금씩 더

본질에 가까워 진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그 본질이라는 게

꼭 발전하는 형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개소리냐 하면


많은 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윤택해지고.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시간의 농도가

조금 더 짙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퇴보하기도 한다.


진리라 믿었던 것들이

덧없이 부서지기도 하고,

어렵게 성취한 것이 막상 보니

보잘 것 없이 느껴질수도 있다.



그래서 뭐.

결론은 염세주의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진리가 부서진 뒤,

삶엔 작은 진통이 일겠지만

내게 더 적합한 믿음이 피어난다.


성취 뒤에 찾아오는 공허는

우릴 절망으로 내몰수도 있지만,

부정은 결국 저마다의 긍정으로 수렴한다.


그리고 그런 모든 진통들은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게 한다.



기억하자.


앞으로 향하는 삶만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멈춰서

굽이쳐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삶의 일부이며,

참된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 찍먹 EP03. 우리 인생에도 상태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