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며 조금씩 더
본질에 가까워 진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것은
그 본질이라는 게
꼭 발전하는 형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개소리냐 하면
많은 이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이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윤택해지고.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시간의 농도가
조금 더 짙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삶은 때때로
퇴보하기도 한다.
진리라 믿었던 것들이
덧없이 부서지기도 하고,
어렵게 성취한 것이 막상 보니
보잘 것 없이 느껴질수도 있다.
그래서 뭐.
결론은 염세주의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
진리가 부서진 뒤,
삶엔 작은 진통이 일겠지만
내게 더 적합한 믿음이 피어난다.
성취 뒤에 찾아오는 공허는
우릴 절망으로 내몰수도 있지만,
부정은 결국 저마다의 긍정으로 수렴한다.
그리고 그런 모든 진통들은
조금 더 나다운 삶을 살게 한다.
기억하자.
앞으로 향하는 삶만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다.
때론 멈춰서
굽이쳐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삶의 일부이며,
참된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