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로또를 샀을까

인생역전, 그 이상의 것

by 불주먹

요즘 들어 매주 목요일마다 연금복권을 산다.

1등에 당첨되면 매달 700만 원을 준단다. 세금을 뗀다 해도 약 500만 원은 받을 것 같다.


예전에는 '복권에 당첨되면'이라는 한낱 상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생각해 볼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그래도 아마 '그냥 일을 그만두고 평생 해외여행이나 다니면서 즐겁게 살아야지.' 라든가, 그래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의무감에 '조금이라도 사회에 기부를 해야지.' 같은 막연한 것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꿈에 대통령이 우리 집에 찾아온다던가,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던가 하는 좋은 꿈을 꾸지 않는 이상 복권을 잘 사진 않았다. 아무래도 그게 현실적으로 돈을 덜 쓰는 일이기도 하고.


그랬던 내가 가정이 생기고,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면서부터 어느 때부턴가 꾸준히 복권을 사고 있다. 당첨되면 어디에 어떻게 쓸지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까지 세워보기도 한다.


일단 조금 부끄럽게도 지금에 와서는 기부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요즘 물가로 보면 1등 복권에 당첨되어도 당장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만큼의 상금은 받지 못한다. 복권에 당첨된 몇몇 사람들의 상금 사용 후기를 보면 대부분은 비슷해 보인다. 우선 본인이나 가족에게 있던 생계형 빚을 갚는다. 그 뒤에 집이나 차를 구입하고, 남는 현금자산을 예금해 놓거나 주식 등에 투자한다. 아마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장면이 있는데, 아빠는 돌아가시기 1,2년쯤에도 로또를 사러 일부러 집에서 나와 복권방까지 가시곤 하셨다. 하고 많은 것들 중에 왜 그게 인상에 남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는 그저 몸이 아픈 와중에도 아빠에겐 부자의 꿈이 있었던 건가, 부질없는 욕심이었나 하며 마음속에 작은 물음표를 남겼다.


근데 이제 왠지 조금은 그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병마와 싸우며 가족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고 싶어 했던 건 아닌지,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되었을 때 혼자 남을 아내가 걱정되었던 건 아닌지, 그걸 왜 지금에서야 알 것만 같을까. 사람은 역시 자신에게 비슷한 상황이 오고서야 다른 이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는 걸까.


어쩌다 본 사주에서 내게 '30대 초중반에 이미 가정을 다스리는 지혜를 터득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여러 이유로 혼란스럽던 20대 후반 즈음에 어떻게 30대 초반에 그리 될 수 있을지 미래를 그려 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혼자 계신 엄마를 두고 결혼을 해도 되는 건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마음이 편할지, 내가 과연 아이를 낳게는 될지 그런 것들이 좀처럼 잡히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보니 지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사주가 영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겠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보니 그럭저럭 가정을 꾸려 엄마와 남편과 자식까지 열심히 보필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 복권을 살 때는 구체적인 희망사항을 그려본다. 혹자는 바보 같고 의미 없는 행동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잠시의 희망을 가져보며 미소 짓는 가치가 복권을 구입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엄마에게 용돈을 고민 없이 척척 드리고, 오래된 김치냉장고를 망설임 없이 바꿔드리고, 고민 없이 우리 아이의 예쁜 옷을 사 입히고, 남편이 그토록 좋아하는 새 자동차를 선물하는 것. 그런 것들을 꿈꿔보는 시간을 사는 건 아닐까. 아빠도 그러셨으리라 생각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곳이 바로 나의 해방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