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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굽기 Feb 01. 2019

어떤 유명한 사람

유명하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인디 씬의 음악인들을 좋아한다. 음악 취향 자체도 그 쪽의 취향이긴 하지만, 그 씬 안쪽에 사는 사람들을 엿보는 즐거움 또한 내가 인디를 좋아하는 이유에 한 몫을 했다. 보통 그들의 유튜브 채널이나 SNS를 통해 음악인들의 삶을 엿보는데, 그 사람들의 인기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애초에 내가 그 사람들 팬이다) 그들의 SNS가 아이돌 셀럽이나 각 분야 톱스타들의 것보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사실 그래서 보는 즐거움이 더하다. 인스타그램에 적어 놓는 이야기들이나 브이로그를 찍으며 하는 이야기들에서 연출 맛이 좀 덜하달까.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SNS는 ‘일반인’들의 것보다는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진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팬 단체 카톡방까지 들어가 있는 인디 씬의 가수가 한 명 있다. 그의 SNS 또한 여느 인디 음악인들의 것처럼 사람냄새가 찐하게 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SNS를 보고 있으면 각종 감정들이 상당히 선명하게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어느 날 그의 타임라인에서 솔직하게 뿜어져 나오는 우울이 포착되었다. 비상사태였다. 팬 톡방의 사람들은 우울이 묻은 그 글을 보고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걱정을 쏟아냈고(주책맞기로는 어디 가서지지 않는 나도 이 중에 하나였다) 누군가는 우울의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콘서트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가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도 했다. 


보고 있자니, 정작 내가 걱정을 쏟아낸 사람들 중 하나면서도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톡방의 우리 모두는 그를 따라서 조금이나마 우울해진 것이다. 당연히 그에게는 그럴 의도가 눈곱만큼도 없고 책임의 이유도 전혀 없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전염되었다. 


사실 팬 톡방이라고는 해도 아주 소소한 사이즈였다. 조금 큰 단톡방 정도. 아마 경영학과 같은 곳의 과 단톡방이 그보다는 클 거다. 그 가수는 솔직히 말해 셀럽보다는 일반인 쪽에 좀 더 가깝다. 그냥 앨범을 내고 무대에 서는 보통 사람이라고 하면 적절하려나. 아무리 유명한 가수라고 해도 맨 밑까지 따지고 보면 그렇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그렇게 ‘셀럽 효과’라는 게 발생했다. 


좀 더 유명한 사람의 경우에는 이제 문제가 심각해진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니 말 다 했다. 누군가의 감정 자체가 파급력을 가진다는 건 새삼 엄청난 힘이다. 사실 감정 자체는 별 게 아니다. 내 우울과 연예인의 우울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원인이야 다르겠다만 감정 자체로는 대충 비슷한 호르몬이 나오고 비슷한 만큼 아프다. 그 사람들 속이야 모르겠지만 어쩌면 내가 더 아플 수도 있고.


그들의 우울은 확실히 전염성이 있다.

또 다른 경우가 하나 생각난다. 캐릭터성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가수는(이 분은 앞의 분보다 좀 더 유명한 분이긴 하지만 여전히 인디 씬에 머물고 있다) 정말 말을 못 한다. 무대 위에서 멘트를 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끌어와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마저도 더듬더듬. 정말 웃기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웃긴 점은 난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매력이 넘친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주변에 말 잘 못하는 사람은 많다. 딱 그만큼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 더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는 조금 덜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그들에게서 저 가수분만큼의 매력을 느꼈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나는 그 가수분이 공연장에서 한 시간 동안 멘트만 치고 있는 것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볼 용의가 있지만 말 못하는 친구의 중언부언을 한 시간 동안 들을 생각은 없다. 십 분쯤 들으면 감지덕지지.


유명인들을 보면 ‘매력 넘치는 성격 때문에 입덕’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격을 뜯어보면 사실 크게 특별할 것은 없다. 우리 주변에도 엉뚱하거나 귀엽거나 뭐 어찌저찌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많다. 내 성격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매력적이고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다. 아마 누구 주변에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비슷한 성격을 가진 연예인만큼 ‘엄청난’ 매력을 가지느냐 하면 글쎄. 아마 대부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일종의 시너지인 것이다. 노래를 저렇게 하는데 말은 이렇게 어정쩡하게 하니 너무 귀엽다든가. 저렇게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하는데 그렇게 엉뚱한 성격이라니 너무 매력있다든가. 아님 노래하는 것만큼 성격도 귀엽다든가. 아무튼 뭐 그런 거. 물론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확보된 이후의 이야기에서만 해당된다. 그리고 그걸 벗겨내면 그 안에는 그냥 사람이 있다.


SNS에 감정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편이다. 물론 24시간 완전히 다 쏟아내고 그런 건 아니지만, 아 쟤가 기분이 지금 어떠하구나 하고 단박에 표를 낼 수 있을 만큼은 된다. 내 감정은 유명인들만큼 파급력을 가지지 못한다. 가끔씩 나에게 공감을 해주거나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공분’이니 ‘베르테르’니 하는 영역까지는 택도 없다. 애초에 그런 걸 바라지도 않고. 사실 가끔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는 일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고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셀럽들의 그렇고 그런 걸 생각하면 가끔 내가 티끌이라 다행이라고 안도하게 된다.


사실 유명인들이라고 크게 다른 사람인 것은 아닐 거다. 대충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사는 그냥 사람인데 뭔가를 해서 좀 유명한 것 뿐. 사람 자체로 뜯어보면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너무 뭔가 오오라 같은 걸 씌우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 밤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우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 가수는 나랑 동갑내기였다. 그런 사람의 우울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날따라 그랬다. 우울이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일까, 당장 나만 해도 우울하지 않은 날들보다 우울한 날들이 더 많은데. 나는 그 가수의 성격도 너무 좋았는데, 그 성격이 아주 특출나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서 너무 이상했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특출날 정도로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그런데 난 또 왜 그 사람을 보고 있지. 그냥 모든 게 너무 이상했다. 아리까리했다. 유명한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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