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2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나는 배우자 비자로 왔다.
영주권 심사가 끝날 때 까지- 소득이 있으면 안되는 비자.
캐쉬로 받는 직업은 가질 수도 있었지만-
범법 행위이기에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미래를 위한 준비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주방은 나의 것이 되었다.
아침에 운동을 마치고 오면, 나의 바쁜 아침은 시작된다.
아이와 아이 엄마의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 엄마의 도시락도 싸야한다.
처음엔 도시락을 싸지 않았는데,
나가서 일하는 아내가 매일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는게 안스럽기도 하고
(두루치기도 매일 먹으면 질린다고)
또 미국은 배달 물가가 상당하다
(요즘은 한국도 만만치 않은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부실한 음식을 비싼 값을 주고
먹일바엔- 그냥 내가 도시락을 싸는게 났겠다
생각이 들어 도시락을 싸기 시작 했는데-
미국 회사다 보니-
김치볶음밥과 같은 향이 압도하는 음식은
도시락에 넣기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매일 매일
'오늘은 어떤 걸 해야할까?' 고민이다
아무튼 이제 나도 일을 하니,
도시락을 그만 쌀때가 되었나-
생각을 하였지만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에게
안겨 노는 걸 아직도 좋아하고-
아내는 둘째의 임신하였으므로
여전히 부엌의 왕은 나다.
어쩌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건 나고,
둘이서 점심 시간에 나가서 먹으면 아주 손쉽게
20-30불 정도가 깨지니-
(패스트푸드점 기준 20불, 일반 식당은 30-40불)
아내가 아무리 그냥 사먹자고 해도
도시락을 싸는걸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 미국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점심으로
간단한 샌드위치에 감자칩 정도를
점심으로 먹는 걸 보고-
매일 회사 식당에서 머슴밥을 먹던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이 이해가 된다.
지금도 회사의 대부분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자기 차에 가서
간단한 샌드위치에 칩 하나 정도를 먹는 것 같다.
그래도 차려 놓은 아침을 먹으며
쌍따봉을 날려주는 아이를 보고,
또 아내와 함께 둘이서 도시락을 까먹는
점심 시간을 보내다보면-
아무나 겪을 수 없는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아침에 숙취 해소 하기에 바뻤거나,
아픈 속을 부여잡기 일 수 였는데
그걸 생각하면
부엌왕이 훨씬 좋다.
아침 차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