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애사심이 철철 넘쳐-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웠던 나이거늘.
미국에서 어떤 일이든 잘 할 수 있다
믿음이 있던 나이거늘.
다닌지 1년도 안된 회사에서 퇴사하게 되었다.
물론 전부터 너무나 위험한 작업 환경에-
언젠간 떠나야 겠다 생각을 종종 했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회사를 관두게 되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아닌,
미국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미국 동료들과 보낸
7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곰곰히 생각해본다.
퇴사의 이유는 나와 내 가족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 였지만,
생각해보면 사장님 또한 영어가 자유롭지 않은
나의 업무 능력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미국 회사 답지 않게, 또 미국인들 답지 않게(?)
출근 시간 한시간전에 와서 일하고
사장님이 퇴근할 때까지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던 동료들에 비해-
매일 아이의 픽드랍을 위해 칼출근과 칼퇴근을 했던
나에게-
'넌 7개월 동안 4번 밖에 주말 출근을 하지 않았어!
그건 샐러리를 받는 자의 태도가 아니다!'
라고 핏대 높여 이야기 하던 사장님은-
단순히 주말에도 나와 일하기를 바랬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일은 언제든 오케이라 말했으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나의 칼출근과 칼퇴근이 마음에 안들었을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퇴사의 이유가 되었던,
전달자의 잘못된 전달로 이뤄진 오해로
사장님이 고성을 지르던 날-
항상 내 직장 생활에 도움을 주었던 라이언과 팀이
사장님 앞에서는 본인들의
잘못된 정보 전달을 이야기 하지 않을때도-
나는 그를 원망하거나,
그의 비겁에 실망하지 않았다.
난 언제든 떠남을 결심 하였었고,
그들은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하여야
하였기에- 그의 행동은 나에게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기 위한 기회를 주는것 같았다.
또한 그 모든 것이 전달자의
잘못된 전달 이였음을 알고도,
7개월의 시간에 벌어졌던 일을 하나 하나 기억해
본인의 잘못은 인정 혹은 사과 하지 않고-
꼬투리를 잡으려던 사장님의 행동,
내 눈 앞에서 고함을 지르던 그의 모습 또한-
내게 큰 상처나 화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나에겐 잘못이 없다. 라는 확신으로-
그저 화를 주체하지 못한 한 인간을
멀찍이서 바라보듯
한 노인의 화내는 모습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인 옆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안절 부절 못하고 있던 한국인 CFO.
본인의 잘못된 판단 및 지시로 인해-
시작된 이 모든 일에 대해 사장님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그저 우리에게 견디라 하고,
또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나약함이라 말하던 그의 행동.
또한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본인의 필요와 안위만을 생각하던
그의 위선적인 모습 속에서
이민 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한국인이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긴다.
퇴사 통보를 한 후,
더 일해달라는 설득에
꽤 많은 월급을 주는 회사의 베네핏을
포기하는 것은 옳은가
몇번이고 망설이고, 흔들렸지만
그곳에서 본 사장님의 고압적이고
사이코적인 정신 장애와
한국인 CFO의 위선과 비겁함을 되뇌이고 곱씹으며-
그 '월급'이라는 달콤함에
영혼을 갉아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다시금 퇴사를 다짐 했다.
그들이 말한 기간은 아니지만,
2주간 더 일을 한 그 기간에도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까닭은-
그리고 사장님과 마주칠 때마다
머리 숙여 예의를 갖춰 인사한 까닭은-
나의 행동에 대하 당당함과, 내 노동에 대한 가치에
스스로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떠나는 날, 같이 일한 동료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도 않은 채
그만두는 것을 걱정 하던
그들과 셀카를 찍으면서
그래도 이곳은 나의 미국 생활에서
첫 경제 활동을 했던 직장 이였기에-
특별한 곳이다. 생각 했다-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퇴사를 함에 따라,
우리 가족의 삶은 또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또 어떤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진 모르지만,
뭐 뭐든 잘되겠지.
다만 한가지 후회 되는 점은,
못 쓴 휴가에 대해 정산도 해주지 않은
사장님에게 웃으며-
야이 씨발놈아 앵간치 고함 질러라.
라고 한국말로 욕을 하지 못하고 온 것이
다만 조금 후회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