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상처

아빠가 미안해

by 부산물고기

코로나로 멈춰버린 미국에서의 삶이지만

아이는 자라고, 아이와 함께 나의 시간도 흘러간다.



아이와 갈 수 있는 대부분의 곳들은

아직도 문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 허락된 몇 안 되는 곳 중에 하나인 집 근처 산책로를 찾는다.


요즘 아이는 킥보드에 푹 빠져, 이곳에서 킥보드를 타는 걸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스피드를 즐기는 것인지 특히 내리막 활강을 즐겨한다.



그날도 여김 없이 아빠와 아들은 공원으로 향했고,

아이는 언제나 활강을 즐기는 그 코스로 빠르게 이동했다.


매번 아이가 활강하기 전 미리 뛰어가

중간중간에서 아이를 낚아채

세우면서도 불안하여- 헬멧과 안전장비를 구매했지만-

아이는 그것들이 번거로운지 거부하기 일수-

그날도 아이는 헬멧을 쓰라는 아빠의 강요를 무시하고,

뭐가 그리 신나는지 스피드를 즐겼다.


하지만 역시 사고는 한순간이라고,

언제나처럼 재빨리 내려오던 아이의 킥보드는

뭔가에 걸려 넘어졌고,

아이는 그대로 킥보드와 함께 미끌렸다.


1초의 정적도 없이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이번 넘어짐은 이전과는 다르다' 생각되어-


황급히 아이를 일으켰더니..

아뿔싸-


오동통한 아이의 볼이 핏기가 금세 스며들더니,

금세 피가 맺힌다.

조용한 공원은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고

나는 연신

'아빠가 미안해. 괜찮아? 아빠가 미안해. 괜찮아 재이 야'

하고 말하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쳐 지지 않는다.


'재이야 괜찮아. 아빠가 호 해줄게.

용감한 아기는 울지 않지'


라고 말하지만 사실

내가 아픈 것보다 더한 통증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용감한 아기는 울지 않지만,

연약한 아빠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어서 아이를 진정시키고,

아이의 엄마에게

'여보 미안해.'라고 보내는데

직장에 나가 있는 아내는 괜찮다, 괜찮다 하지만 -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하루 종일 애 보는

남편을 구박할 수도 없고-

괜찮다 라고 말하는 그 심정 또한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여러모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걸 후회가 막심이다.




자주 보는 책 '츄피'에서 자전거를 타던 츄피가-

약을 바르던 장면이 기억났는지


아기는 연신 '약!' '약!' '재이 우당탕'을 외치며

울음을 그쳤지만 나는 미안한 마음과

아이가 가졌을 고통에 쉽사리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 가며, 겪게 되는 물리적, 감정적 아픔을

아빠로서 하나하나 다 지켜주고 치료해주지 못할 걸

잘 알기에- (너무나도 잘 알기에.Feat. GOD)


처음 겪는 아이의 얼굴 상처에-

내 마음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나 보다.


그럼에도 꿎꿎히 울음을 그치고

'이제 안타' ' 아파' ' 약!''약!'

연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


조금 더 강한 아빠가 되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지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욕조에서 함께 목욕을 하고

새살이 돋아 난다는 약을 정성스레 조심조심 발라준다.


내 마음에 난 '아이에 대한 미안함' 이란 상처는

조용히 혼자 설거지 하면서 스스로 보다듬으며

앞으로도 무수히 겪게 될 이런류의 상처를

어떻게 참고 견딜지 고민한다.


에라이 와이프랑 소맥이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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