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회식이 그리운 날

by 부산물고기

10여년간의 직장 생활 후, 미국에서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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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다보면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득 문득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뒤늦게

드라마 '미생'을 시작 했다.

드라마 내내 나오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치열했던 예전 직장 생활들이 하나 하나 생각이 났고,

책상으로 가득찬 사무실 장면에서는

'아 이제 저런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에서의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게 만든 건,

거의 매회 나오던 직장인들의 술자리 장면 이였는데..


입사 초기 때부터-

'사람들이 회식을 왜 싫어하는지 모르겠어요.

법인 카드로 공짜술 먹는 날인데요.'

라고 말을 하고 다니던 나여서-

화면 속 그들의 자리가 내심 부러웠다.


이곳에서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아내와 술을 마시지만,

회식에서 먹는 술과는 맛이 다르다.


동기들과 선배들과 둘러 앉아, 회사의 시시꼴꼴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우는

그 술잔들. 자리에 앉자 마자-

'이모 여기 소주 하나, 맥주 두개 주세요.' 라고 말하고-

반찬이 세팅 되기 전에 딱! 한입에 터는 폭탄주- 첫잔.


그때 둘러 앉아 했던-

고민들, 이야기들, 회사 욕들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심각하고, 뭐가 그리 고민이였던지-

새벽 두세시까지 술잔을 비우곤 했다.


아이가 자는 낮잠 시간,

아이와 아이 엄마가 자는 저녁 시간까지

시간 쪼개어 한회 한회 보면서-

한국에 있는 회사 동기들에게도 한잔 하자고 문자 한번,

회사 선배들, 모셨던 팀장님들께도- 뵙고 싶다고 한번-


그리곤 옷장에 아직 있는 여러벌의 정장들을 다시 한번 스윽-

손으로 만져본다.


앞으로 이곳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또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알수는 없지만-


오늘따라 왁자지껄 했던-

수많은 밤, 수많은 회식들의 시간이 그립다.

20200610_164748.jpg 그렇다고 너와의 시간이 안소중하던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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