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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빤, 자신이 없었어

아이에게 내 삶을 투영하지 않기

by 부산물고기

아빤, 사실 자신이 없었어.

한국에서 살면서 너에게 강요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네가 태어나기 전,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

'난 절대 영어 유치원을 보내진 않을꺼야.'

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네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 부턴, 조금씩 그런 다짐들이

자신이 없어 지더라구.


절대 너에게 사교육의 부담을 주지 않을꺼야.

라고 다짐 했지만


아빠 친구의 일곱살난 아들이 애니메이션 학원에 다니면서

직접 그린 그림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이야, 이왕 미술을 할꺼면, 저렇게 재밌게 하는것도 좋아보이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교육이 꼭 나쁜건 아니자나?'

'시킬 수 있으면 시키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타협점을 찾는 아빠의 모습이 보이더라구.

아빠 친구중에 병규 아저씨도 처음엔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을꺼야.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덧 병규 아저씨의 딸은 '영어 놀이학교'를 다니고 있었지.

'영어 유치원 아니고.. 영어 놀이학교야'

라고 말하는 병규 아저씨를 보면서-


아빠와 현석이 아저씨는 'ㅋㅋㅋㅋㅋ'를 반복 했지만-


니가 세상에 나오고 나선 아빠도 자신이 없었단다.

'우리도 보내게 될까? 여보?'

라며 엄마에게 묻는 아빠를 봤었지.



너에게 뭐가 더 나은 교육일까를 고민 하다 보면-

결국엔 네가 태어나기 전에

'하지 말아야지' 스스로 다짐 했던 많은 것들에 있어서

아빠는 타협점을 찾아갈 것 같았어.


아빠와 엄마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너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아빠와 엄마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어.


아빠는 정말 그래서 자신이 없었어.

그게 영어 놀이학교든, 숲속 놀이 학교든-

아빠는 '너에게 더 좋을꺼야' 라는 생각으로-

이런곳, 저런곳을 알아 봤을테고-

너맘 때 아이들에게 좋다는 것, 이것 저것을 너에게 시켰을꺼야.


아빠는 아빠를 알거든.

아빠는 꽤나 치마바람이 쌘 아빠거든.


물론 그런 곳에 보내고, 많은 것을 시키는 것이

'안좋다' 라고 말할 순 없어.

막상 너는 그걸 또 즐길 수도 있었겠지.

그건 또 모르는 일이야.


그러나 아빠의 그런 흔들리는 마음이

미국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야.


아빠가 자꾸만 욕심이 생기고,

너와 시간을 많이 못보내는게 미안해서-

같이 보내는 시간에

집중 하는 것보다- 아빠,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무언가 다른 것으로 가득 채우려고만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아빠는 지금처럼-

엄마 아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 시키는 방법을 택한거야.


물론 이 선택이 나중에 먼 미래에-

너를 더 행복하게 할수도 있고, 더 불행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미래는 정말 알 수 없지만-


아빠는 그저 지금 떠나 온 삶에,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

많이 만족하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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