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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나가자

일요일 오전의 풍경

by 부산물고기

눈에 쌓인 마을의 언덕을 보며-

일요일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아이에게 말한다.


'아빠랑 나가자'


오전 여덟시부터 동네 뒷동산에 올라가-

아무도 없는 언덕에서 아이와 단둘이 썰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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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아빠가 앞에 타? 재이가 앞에 타?'

"아빠!"


겁 많은 아이는 몇번 앞에 타더니-

그 뒤론 쭈욱 내 허리춤을 붙잡고

뒤에 탄다.


한시간쯤 신나게 썰매를 타니-

사람들이 한두명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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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은 마을의 겨울 풍경은

항상 이런거 같다.


눈이 오면 작은 언덕마다,

아빠와 아이들이 모여 썰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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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허리춤을 꼬옥 잡은

녀석의 작은 손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경사진 언덕을 썰매 타고 내려 올때-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막아 준 오늘 처럼.


아이에게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힘든 일이 몰아칠 때-


나는 그저 묵묵히 아이의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아빠가 되고 싶고-


오늘처럼 함께 웃고 즐기며

시간을 나누는 아빠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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