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아이와 서점에 간다는 것
by
부산물고기
Jan 11. 2021
어렸을 적, 아빠는 퇴근을 하실 때 항상
집으로 전화를 주셨다.
"아빠 이제 출발한다."
그 전화가 오면, 엄마는 저녁상 차리기에 들어가셨고
형과 나는 아빠가 퇴근 하고 오시는 길로 마중을 나갔다.
아파트 단지 저 밑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아빠를 기다리다
아빠가 타고오는 버스가 오나 안오나-
한참을 기다리곤 했다.
아빠를 마중 나가는 날 중, 가장 신나는 날은
서점에 가는 날이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가는 언덕길에 위치한 작은 서점.
한달에 한번? 2주에 한번은 항상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던 서점으로 아빠와 함께 들어갔다.
그러곤 아빠는 아빠의 책을, 형과 나는 우리의 책을 골랐다.
몇권 골라 아빠에게 내밀면, 아빠가 그 내용을 보고
사도 되는지, 안되는지 말씀해 주셨다.
아빠는 함께 사온 책을 형과 나의 침대 머리맡에서
항상 읽어 주셨다.
그럴때면 항상 초등학생 쯤 되었던 나는-
'나도 나중에 크면 아빠처럼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야지'
생각을 했다. (초딩 주제에)
그래서 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걸 좋아한다.
아내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도 좋아한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어려고 하는 모습도 좋아한다.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내 모습 뒤에는 은근-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길 바래' 라고 말하는 나는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는가?
예전엔 가까운 곳을 갈때도 항상 가방에
작은 시집 한권이나 소설책 한권은 넣어 다녔는데
이제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기 바쁘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빠보다는
먼저 나부터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는 아빠도 좋지만,
책을 많이 읽는 아빠도 좋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빠도 좋지만,
함께 앉아 같이 책을 보는 아빠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keyword
아빠
엄마
서점
1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부산물고기
소속
지구
나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 여자와, 한 꼬마와 내가 함께 꿈꾸며 자라나는 이야기.
구독자
51
구독
작가의 이전글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주차장에선 아빠를 꼭 잡아야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