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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서점에 간다는 것

by 부산물고기

어렸을 적, 아빠는 퇴근을 하실 때 항상

집으로 전화를 주셨다.

"아빠 이제 출발한다."

그 전화가 오면, 엄마는 저녁상 차리기에 들어가셨고

형과 나는 아빠가 퇴근 하고 오시는 길로 마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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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저 밑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아빠를 기다리다

아빠가 타고오는 버스가 오나 안오나-

한참을 기다리곤 했다.


아빠를 마중 나가는 날 중, 가장 신나는 날은

서점에 가는 날이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가는 언덕길에 위치한 작은 서점.


한달에 한번? 2주에 한번은 항상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던 서점으로 아빠와 함께 들어갔다.


그러곤 아빠는 아빠의 책을, 형과 나는 우리의 책을 골랐다.

몇권 골라 아빠에게 내밀면, 아빠가 그 내용을 보고

사도 되는지, 안되는지 말씀해 주셨다.


아빠는 함께 사온 책을 형과 나의 침대 머리맡에서

항상 읽어 주셨다.


그럴때면 항상 초등학생 쯤 되었던 나는-

'나도 나중에 크면 아빠처럼 책 읽어주는 아빠가 되야지'

생각을 했다. (초딩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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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걸 좋아한다.

아내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도 좋아한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어려고 하는 모습도 좋아한다.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내 모습 뒤에는 은근-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자리잡고 있다.


그러다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되길 바래' 라고 말하는 나는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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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가까운 곳을 갈때도 항상 가방에

작은 시집 한권이나 소설책 한권은 넣어 다녔는데

이제는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기 바쁘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빠보다는

먼저 나부터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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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는 아빠도 좋지만,

책을 많이 읽는 아빠도 좋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주는 아빠도 좋지만,

함께 앉아 같이 책을 보는 아빠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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